동문오피니언
기고/조병옥(64회)인천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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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경인일보(09. 3.10)
학업성취도평가 개선안 찾아야
▲ 조병옥 (인천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조작 논란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전국 1등이라는 임실에서 시작된 성적조작 파문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사과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제도적 보완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추락한 공교육의 신뢰성이 더 추락하고 말았다. 정직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고의성 여부를 떠나 성적조작의 오명을 입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스티븐 래빗 시카고대 교수는 책 '괴짜경제학(Freakonomics)'에서 스모선수와 학교교사의 공통점으로 스모선수는 시합에서 승부를 조작하고 학교교사는 일제고사에서 학생의 시험성적을 조작한다고 혹평했다.
이 책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시카고교육위원회가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응시학급의 5%에서 교사들의 성적조작 부정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는 시카고 교육위원회가 일제고사를 통하여 교사들의 능력이나 열정을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발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나 시·도교육청이 제시하고 있는 후속 대책은 교장평가제 등 교장과 교감,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에만 치우치고 있다. 학교교육의 책무성을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성적조작의 유혹을 자극하고 자칫 학교교육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한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 2007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다"라고 꼬집었다. 준비가 소홀한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이라고 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업성취도평가가 당초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도록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철저하게 실시하여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두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경쟁과 평가, 그에 따른 보상은 세상의 기본원리다. 또 진단 없이 처방할 수 없듯이 진상을 감추고는 올바른 교육정책을 세울 수가 없다. 미국은 교사들의 성적조작 부정에도 불구하고 2002년부터 모든 주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의무화했다.
학교평가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의해 좌우될 경우, 인성교육 등 전인적 교육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적 부작용을 차단하고 실효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책임위주의 방안보다는 학교현장에 대한 지원중심의 정책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학교 간, 지역 간 경쟁을 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뒤처지는 학교와 지역, 학생이 없도록 학교와 교사를 지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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