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이주민과 축제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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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3.19)
원현린 칼럼
이주민과 축제를
아시아 침탈이 한창이던 서세동점 시기에 조선에서는 열강들이 각종 이권을 따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1901년은 전에 없던 흉년이 들어 굶어죽는 백성들이 많았다.
농업이 전부였던 시절,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부는 안남미 30만석을 도입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미국은 하와이를 개발하기 위해 조선 사람을 이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와이를 개발하는 데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중국, 일본, 인도 등 각국에서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미국은 중국인과 일본인을 견제하기 위해 조선인이 필요하다고 판단, 조선 사람들을 이민시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조선이 굶주리고 있으며, 이러한 때에 미국에 이민을 보내 새로운 문화를 도입하고 돈을 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정부의 이민정책이 결정되자 조선주둔 미국공사 알렌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주협회의 부탁을 받고 고종황제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1902년 12월 22일 121명이 선발되어 인천 제물포에서 이민선에 올랐다. 이것이 우리 역사상 첫 이민선이다. 이때부터 인천이 우리나라 이민사의 출발점으로 기록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민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뿌리깊히 박힌 유교사상은 태어나고 자랐고 부모형제가 살고 있고 조상들의 묘가 있는 고국을 떠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의 이민사 초기에 열강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게다가 동양의 작은 나라 사람들이니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당시 이민 1세대들의 고충은 차마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민사의 기록이다.
세월이 흘러 처지가 바뀌었다. 이제 우리가 국민소득이 다소 높아졌다 하여 우쭐대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홀대한다면 그것은 지난날을 거울로 삼지 못하는 미욱한 시민인 것이다.
이민가정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열어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문화 가정의 이주민들이 우리말을 구사하지 못해 겪는 애로사항은 많다. 언어를 모르니 지리도 몰라 지역 행사에조차 나가기를 꺼린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의 이민세대들이 낯설고 물설었던 것처럼 그들도 그럴 것이다.
경제난 속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산업단지공단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걱정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귀국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느 때보다 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러한 때에 오는 4월 26일 인천문학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해외 근로자 이주민 대 축제가 열린다.
이날 축제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아시안의 화합! 열정! 희망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 이주민과 인천시민이 하나 되어 다문화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모처럼의 뜻 깊은 자리이다.
이번 축제에는 아시아 14개 나라의 이주민과 그 가족들이 참가하는 만큼 한국을 각국에 홍보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해외 외국인 근로자들을 제외하고는 산업을 논할 수 없게 되었다.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더 이상 백의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주민들도 우리 사회의 어엿한 한 구성원이다. 함께 가야 할 동반자들이다.
한 세기 전, 우리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멕시코 유카탄의 선인장 농장에서 피땀 흘리며 개척한 서글픈 이민사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인천시민이라면 이 날 만큼만이라도 그 옛날 제물포 항에서 우리가 타고 떠났던 이민선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날 하루만이라도 이주민과 함께 축제를 즐기자.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3-18 18: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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