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문화옷 입히기(퍼온글)
본문
퍼온곳: 인천신문(09. 4. 6)
오광철의 전망차
문화옷 입히기
丹靑不知老將至 富貴於我如浮雲(단청부지노장지 부귀어아여부운)-풀이하면 이러하다. “그림(단청) 그리는 일에 열중하느라 늙음이 오는 것도 잊었다네/부귀영화 따위는 뜬 구름 같이 덧없이 여겼노라” 당나라 시인 杜甫(두보)의 칠언시로 노장군 曹覇(조패)가 그린 단청 그림을 보고 읊은 시이다. 조패는 현종으로부터 좌무위장군에 임명된 사람으로 그림 그리기에 조예가 있었다.
단청이란 궁궐이나 사찰의 벽·기둥·천장에 여러가지 색깔로 무늬를 그려 넣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에게 의복을 입히는 것과 같다. 임금에게는 임금의 품위에 어울리는 치장을 하고 사대부는 그에 걸맞게 옷을 입듯 건축물도 그 건물의 성격에 따라 단청의 모양을 달리 그린다. 즉 궁궐 단청과 사찰 단청이 다르고 관청과 서원 향교의 단청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모를 것을 보고 있다는 뜻으로 ‘盲眼(맹안)의 단청’이라고 하듯 범인의 눈에는 구분이 어렵다.
목조건물에 주로 단청을 하는 이유는 건축의 성격을 나타내며 장엄과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일반 백성이 사는 여염집에는 단청을 하지 않는다. 평민이 평소에 무늬있는 옷을 입을 수 없었듯 그들이 사는 집에는 아무런 치장을 못하는 백골집이어야 한다. 백골집이란 단청을 하지 않는 집을 말한다. 이외에 목재가 갈라지거나 부식과 충해를 막기 위해서 단청을 했다.
지금은 화학염료를 사용하나 옛날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광물성과 동물성 같은 천연의 안료를 사용했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다섯가지 색 즉-청·적·황·백·흑색으로 건물의 상부에는 녹색계열 하부는 붉은색 계열로 서로 배색하는 경향이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인천시 무형문화재 단청장 기능보유자 정성길씨가 중구의 역사문화 거리에 혜명단청박물관을 연다고 한다. 여기에는 그가 20년간 모은 자료 2천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인천에 단청 기능보유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반갑거니와 개인의 힘으로 박물관을 개설케 된 것도 자랑스럽다. 전통예술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인천에 문화옷 입히는 것과 같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4-05 17:58:48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