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개고생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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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4.10)
개고생
/조우성의 미추홀
불가에서는 생로병사를 사고(四苦)라 한다.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 모두가 고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과정인 인생을 흔히 '고해(苦海)'라 비유해 일컬었던 것인데 살다보면 수긍치 않을 수 없는 수사(修辭)이다.
그 고해 속에서 서유기의 삼장법사처럼 법을 구하기 위한 여정은 고행(苦行), 중생이 희로애락애오욕의 짐을 지고 가는 세속의 여정은 고생(苦生)이라 하지만 모두가 성숙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높이 평가됐었다.
그래서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일상적 훈계담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고생 예찬이요, 날이 갈수록 심신이 유약해져 가는 학생들에게 교사들이 강조하는 4자성어가 바로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 사이에 '힘들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고 있다.
생각을 거의 포기한 단세포적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힘들어 하지 마' '힘들어 하는 너' 어쩌고 하는 구절을 들으면 이제는 역겹기만 하다.
고생을 사서 하기는커녕 요리조리 피하고 외레 혐오까지 했던 것인데 근자에 와서는 아예 비하하기 시작했다.
그런 세태를 발 빠르게 반영한 것이 견공들이 알아들으면 서운해 했을 모 업체의 '개고생 광고'인 듯싶다.
더구나 각고(刻苦) 끝에 세계의 영봉들을 두루 정복해 존경 받아온 산악인이 그 속에서 '그간 개고생 했다'는 듯 읽히고 있어 충격이다.
'고생'의 전통적 미학과 가치가 일거에 뒤집히는 장면 같아 안쓰럽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자와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41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4-09 오후 9: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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