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배다리 선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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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4.17)
배다리 선언
/조우성의 미추홀
1백여 년 전, 고종황제가 탔던 자동차는 왕권의 상징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군국(軍國)의 위세를, 광복 후 군정기에는 G.I 문화, 60년대는 관권(官權)을 상징했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머나먼 나라의 꿈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55년 미군 지프를 개조해 만든 '시발 자동차'가 나왔을 때 '시발'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었다. 대중화가 비로소 싹 튼 것은 '신진자동차'가 인천서 일본제 부품을 들여와 '새나라'를 만들면서부터다.
경제 개발기에 접어들자 자동차는 '수출한국'의 제1동력으로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유수의 생산국이 됐다. 그러나 수출, 수출 하다 보니 어느 새 사람은 사라지고 자동차만 남은 꼴이 됐다.
기하급수적으로 생산해 낸 갖가지 자동차들이 거침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토는 이미 자동차 천국이 돼 버렸고 골목길에서까지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 다니지만 대책이 없기는 국가나 자동차 회사나 소비자 모두가 같다.
승용차, 버스, 트럭 등이 한데 뒤섞여 먼지를 날리며 시내를 질주하게 된 배경에는 그 같은 무대책이 있었다.
하지만 목숨을 건 공포의 풍경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 '선진 한국'을 자부한다면 그것은 서글픈 환상이다.
유럽에서 트럭은 일단 시내 진입을 하지 못 한다. 한다 해도 엄격한 시간제한과 통제를 받는다. 하물며 역사·문화 공간인 도심에 대형 트럭이 달리는 산업도로를 낼 생각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최근 주민과 지식인이 동참해 발표한 '배다리 선언'은 그에 대한 반론적 선언이었다. 향후의 귀추가 주목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41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4-16 오후 8: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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