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거울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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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4.13)
거울
/조우성의 미추홀
50년대에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누렸던 작가 정비석은'자유부인, 명기열전, 손자병법' 등 다양한 유형의 작품 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만,'산정무한(山情無限), 노변정담' 등을 남긴 수필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금강산에 올라 그 감회를 써 세상에 남긴 이가 그 말고도 수없이 많지만, 자연과의 물아일체적 심경을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며 절절히 표현한 이는 또 없을 듯싶다.
명경대(明鏡臺)를 거울에 비유해 '세상에 거울처럼 두려운 물건은 없다. 인간 비극도 거울이 발명되면서 비롯됐다. 거울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일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한 표현 또한 일품이다.
시인 이상(李箱)도 '거울' 얘기를 남겼다. 그는 시 '거울'에서 거울 밖과 안의 나를 대응시켜 '거울'을 '자의식과 자신이 만나는 의식의 공간이나 끝내는 융화하지 못하는 분열의 공간'이라며 본질을 밝히고 있다.
누구나 거울을 보지만 그 행위를 남에게 내보이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MBC의 여자 아나운서가 무슨 나르시스인 양 방송에 앞서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이 방영돼는 사고가 일어나 화제다.
하지만 그건 약과다. KBS의 '골든벨' 녹화 현장에서의 모 여자 성우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한 문제를 낸 후 매번 천연덕스럽게 거울을 들고 다시 화장을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쯤 되면 '아무런 두려움 없이 보는 정도'는 이미 넘어선 경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막장방송의 말로가 걱정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413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4-12 오후 8: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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