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배다리 문화(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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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인천신문(09. 4.13)
오광철의 전망차 /
배다리 문화
요즘 문화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것을 어떻게 꼭 짚어내듯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그것을 학문이나 예술 따위의 양태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일정한 생활양상을 문화라고 해서 어떨지 모르겠다. 곧 매스컴 이론에서 말하는 ‘대중문화’ 말이다. 오랜 세월 민중 속에서 자생하여 형성되어온 토속 내음이 물씬 풍기는 그런 것 말이다. 문화는 반드시 고급스런 것만이 아니다. 누가 의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서민의 저변층에 깔려있는 것도 문화이다.
‘배다리 문화’라는 것도 그렇다. 배다리 일대에서 더 바랄 것 없이 뽐내지 않으며 인색하지 않게 오손도손 살아온 서민의 모습을 지칭한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리라 여겨진다. 이렇게 볼 때 배다리 문화는 그 주변뿐 아니라 창영동과 금곡동 언저리로 확대된다. 마치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을 안마당처럼 우리꽃을 가꾸고 이웃과 정담을 나누던 곳, 거기에다 연탄불 지펴 끼니를 끓여 나눠 먹으며 평상을 펴고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것들이 엎드려 숙제하는 모습에서 지난날의 배다리 문화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배다리 문화는 고산지대의 들꽃이다. 들풀은 아무리 밟히어도 생명력을 지속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광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년래 산업도로 관통이라는 이름으로 골목길이 끊어지고 멀쩡한 집들이 헐리느라 젊은이는 이사나가고 노인이 집지키는 무인지경이 되었다. 흡사 폭격맞은 전쟁터처럼 인적이 끊기고 한낮임에도 지나는 사람 보이지 않는 적막강산이다. 오십수년 전 전쟁이 나던 해 여름 함포사격으로 쑥밭이던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무너진 집터를 일궈 움막을 치고 살려는 의욕을 보였었는데 지금 그렇지가 않다.
반드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옛날 집과 거리를 헐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더욱 보호하고 보존해야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지역 서민의 삶의 내음이 짙게 배어 있는 배다리 일대는 보존되어 마땅하다. 지난 10일 창영초등학교 내 3·1만세운동 발상기념탑에서 ‘배다리 문화 선언문’ 선포식이 있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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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2 17: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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