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다인 큰 잔치(퍼온글)
본문
퍼온곳: 인천신문(09. 5.18)
오광철의 전망차 /
다인 큰 잔치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노라면 너무 세심하고 유난스러우며 심하게 표현하여 까탈진 데가 있다고 할 만하다. 茶(차)에 대해서만 해도 그렇다. 차에 대한 여러가지 고전을 나열하면서 ‘차와 우정에 대하여’에서 ‘차를 마시기에 적당한 시간’을 이렇게 나열한다.
①마음과 손이 다같이 한가할 때 ②시를 읽고 피곤을 느낄 때 ③생각이 어수선할 때 ④노래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 때 ⑤노래가 끝났을 때 ⑥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⑦가야금을 뜯고 그림을 바라볼 때 ⑧한밤중 이야기를 나눌 때 ⑨미모의 벗이나 날씬한 여인이 곁에 있을 때 ⑩벗들을 방문하고 귀가했을 때 ⑪하늘이 맑고 산들바람이 불 때.
그런가 하면 차를 마실 때 너무 소란스럽거나 번거로우면 차의 매력이 없어진다면서 혼자서 마시면 ‘離俗(이속)’이요 둘이서면 ‘閑寂(한적)’이고 서넛이면 ‘유쾌’이며 대여섯명일 때는 ‘저속’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도에 통달한 진짜 멋장이는 스스로 차를 달이는 즐거움이라고 하면서 온갖 차 도구를 어루만지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차를 달일 때 갖춰야 할 요소는 이러하다. ①항상 깨끗하게 취급한다 ②건조한 곳에 저장한다 ③좋은 물을 구한다 ④조용한 친구들과 같이 한다 ⑤빛갈은 황금색이어야 한다 ⑥뒷맛이 없어야 한다 ⑦오래 두지 말고 곧 마신다 ⑧방금 길어온 물로 달인다 ⑨다른것과 섞지 않는다.
너무 여러가지를 장황하게 나열한 듯하다. 아무튼 차를 즐기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면서 한때 그 풍습을 지녔던 우리나라가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고 김용운 교수는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동안 차를 즐겨하지 않은 이유를 첫째 습기가 많거나 건조하지 않은 기후조건 탓이며 둘째 우리의 자연수가 좋고 숭늉이 차를 대신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근래 다인들의 노력으로 우리차의 우수함이 널리 보급되었다. 특히 이귀례 한국차문화협회장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는 인천에서 해마다 신록의 계절이면 차문화 체험행사를 치렀다. 오는 24일 시청앞 광장에서 ‘전국다인큰잔치’를 연다고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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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7 19: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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