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서민의 물고기(퍼온글)
본문
퍼온곳: 인천신문(09. 5.11)
오광철의 전망차 /
서민의 물고기
인천 앞바다 특산물 민어를 한자로는 魚+回라 한다. 고기 魚변에 돌아올 回를 합친 ‘민어회’이다. 그럼에도 굳이 民魚(민어)로 불려온 것을 신태범 박사는 예로부터 서민과 친숙한 어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름처럼 서민의 물고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흔했으나 지금은 급격히 줄어 귀한 어종이 되었다.
지난날 민어의 제철은 여름이었다. 여름이면 으레 한두차례 섬으로 민어낚시를 나갔었다. 덕적·영흥·장봉·강화도 등지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그곳에 가서 낚시를 담그면 서툰 솜씨로도 몇마리씩 낚을 수 있었다. 하인천 연안부두에는 저녁녘 그것을 자랑스럽게 들고 귀가하는 낚시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시장에는 굵직한 그것들이 흔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옛 동방극장에서 중앙동에 이르는 길가 대폿집 목로에 양념구이 민어 토막이 퇴근길 직장인들을 유혹했었다.
그 시절 민어는 물론 횟감으로 했으나 조리법이 다양했다. 쇠고기 굽듯 양념 간장에 발라 너비아니로 석쇠에 굽던지 굴비처럼 민어 말린 것을 암치라고 했는데 장마철 찬물에 밥을 말아 찬으로 하면 여름철 잃은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했었다. 또한 알을 참기름에 발라 구운 어란이나 내장과 뼈를 고추장을 풀어 끓인 서덜탕은 지금 음식점에서 겨우 흉내나 낼 정도이다. 특히 내장 중 부레는 서로 먹겠다고 다투듯 젓갈질을 했는데 부레는 날것으로 기름소금에 찍어 먹으면 고소했다. 또한 서민들은 삼복중에 복달임으로 민어국을 끓여 먹었다.
그런 민어를 지금은 구경하기 어렵다. 더러 일식집에서 회접시에 담겨 나오나 고급어종이 되었고 신포시장 몇몇 집에서 두껍게 저민것을 입안 가득히 씹을 수 있으나 대개 수입품이라고 한다. 씨가 마른 것이 어찌 민어뿐이랴만은 아무튼 민어의 실종은 인천의 옛 풍습 한 가지를 잃은 듯하여 서운하다. 시절식만큼은 먹을 수 있는 멋부림이어야 하지 않을까.
민어치어를 영종·강화도 앞바다에 뿌렸단다. 수산종묘배양연구소에서 생산에 성공한 15㎝ 크기라는데 잡혀먹히지 말고 죽지 말고 크게 자라 낚시군들에게 돌아 오거라.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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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5-10 18: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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