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나의 묘비명(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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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5.29)
나의 묘비명
교육의 눈 / 최종설 인천광역시교육청 기회관리국장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불노장생을 바라던 진시황도 50세에 죽었다. 물론 당시 평균수명이 40세였으니 오래산 것이다. 죽은 뒤에 주변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까. 아니면 내가 죽고 나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가.
일반 사람은 죽은 뒤에 묘 앞에서 평가를 받고,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퇴직했을 때 동료나 직원들로부터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나의 죽음을 친인척이 아닌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울어준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보통의 경우 비석을 세운다. 비석에는 이름, 태어난 날과 죽은 날 그리고 자식들의 이름을 쓴다. 그러나 이름있는 사람들은 평소 본인의 좌우명이나 하고 싶었던 문구를 쓴다.
한마디로 묘비명을 쓰는데, 묘비명은 죽은 사람이 세상에 건네는 마지막 메시지이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람들의 묘비명을 보면 다양하고, 의미있는 말이 참 많다.
얼마 전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묘비명은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기행으로 유명한 중광스님은 '괜히, 왔다간다'. 천상병은 '귀천'-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조병화는 '나는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다'. 조지 버나드쇼는 '우물쭈물 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헤밍웨이는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오'. 슈베르트는 '음악은 이곳에 소중한 보물을 묻었다'라고 썼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살기를 원한다. 그래서 웰빙을 외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절대빈곤의 시대가 아니라 의식주가 해결되자 이제는 좋은 것만을 먹고, 마시는 웰빙 시대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그냥 죽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남기고 죽어야 한다.
죽은 후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 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살고, 내일 죽는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말기 암환자의 마음으로 산다면 오늘 하루가 너무 바쁠 것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도 원하고 바라던 내일이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야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 혼자만의 삶을 풍요롭게 잘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되기를 원하고, 베풀면서 살고자 할 것이다.
진정한 삶은 웰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웰 다잉(Well-Dying)이 더 중요하다. 잘사는 웰빙의 마침표는 삶을 잘 마무리 하는 웰 다잉, 즉 '품위 있는 죽음'이다. 인간의 5복이 수, 부, 강녕, 유호덕 그리고 임종명이라고 한다. 모두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임종명이 가장 큰 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사람은 죽기 위해서 산다고 하는데,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인생인가.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데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남을 위하여 몇 번이나 자신을 죽였는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나 혼자 울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웃게 하시고, 죽을 때에는 나 혼자 웃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게 해달라는 어느 기도문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어떤 준비가 되었고, 묘비명을 무엇이라고 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웰 다잉 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종이신문정보 : 20090530일자 1판 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29 오후 7: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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