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공짜 문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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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5.20)
공짜 문화
/조우성의 미추홀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한 지 3년 반 만에 관람객 1천만 명을 유치했다고 한다. 전 인구의 5분의 1이 박물관을 찾았다니 놀라운 관람 기록이다. 물론 그에는 상당수의 외국인 관광객도 포함됐으리라 보인다.
하지만 전국각지의 국공립 박물관과 사재를 털어 세운 군소 박물관들이 개관 후 대부분 파리를 날리고 있는 마당에 '국립(國立)'만이 혼자 신나게 북치고 나발 분 격이어서 공연한 소외감마저 심화시켰다는 생각이다.
관련 공무원들의 졸렬한 문화 인식과 발상의 후과지만 상대적으로 운영비 한 푼이 아쉬운 군소 박물관의 입장은 도외시하고 나랏돈으로 최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이 무료 입장을 강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 같은 선심 아닌 선심은 곧 혈세(血稅)의 낭비이자 문화가 공짜라는 독약 같은 풍토를 국민들 사이에 은연 중에 퍼뜨렸다는 점에서도 지탄을 받았어야 할 일이었는데도 정신 나간 매스 미디어들은 칭송 일변도였다.
특히 '무가지(無價紙)'라는 이름의 공짜 신문을 하늘에서 삐라 뿌리듯 살포하고 거기에 '자전거'까지 덤처럼 주는 일부 미디어들로서는 무료 입장이 끼치는 문화적 폐해를 스스로 까발리기가 낯간지러웠는지도 모른다.
향수자(享受者)도 마찬가지다. 독지가들이 시간과 돈과 열정을 바쳐 어렵사리 문을 연 박물관을 공짜로 구경하겠다는 몰염치는 이제 버려야 한다. 화장실의 휴지 한 두루마리도 어김없이 제 값을 주고 사는 마당에 정신적·물질적 헌신의 결정인 '문화'가 공짜일 수는 없다. 세상만사에는 다 제값이 있는 법이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52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5-19 오후 8: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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