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도시 경쟁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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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6.10)
조우성의미추홀/
도시 경쟁력
일본 후쿠오카 아니면 아카다 혹은 오사카, 어느 곳이라도 상관 없는 도로공사 현장 풍경이다. 공사장이라는 표지와 철책은 둘러쳐져 있지만 차량의 흐름이 공사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시민들은 불편함을 모른다.
그러나 밤 11시경이 되면 경광등을 손에 든 경비원들이 속속 나타나고 덤프트럭이 몰려와 작업을 재개한다. 공사는 새벽까지 이어지다가 날이 새면 정리정돈이다. 언제 공사를 했었느냐는 듯 깨끗이 청소까지 해 논다.
시민들이 곤히 잠잘 때 공무원이나 시공 회사원들이 눈을 부비고 일어나 철야공사를 하는 법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란 공사판의 팻말이 상투적 허언으로 뵈는 이유다.
연전에 필자가 근무하던 직장으로 출근하자면 산곡동에서 원통이고개를 넘어 도축장 골목을 지나 인천제철 쪽으로 빠져나가는데 거기서는 수년째 도로 한복판을 점유한 무슨 침수로 공사가 요지부동 계속되고 있었다.
아침마다 강철 코일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를 위시해 컨테이너, 10t 트럭, 버스, 승용차 등 수많은 차량이 뒤섞여 오도 가도 못하고 허공에 아까운 기름을 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도시는 생명체고, 도로는 그 핏줄이다. 피가 돌아야 도시가 생동할 터인데 곳곳이 동맥경화이니 경쟁력은커녕 생명 부지도 버거운 판이다. 돈이 없고, 기술이 모자라 그렇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철학의 빈곤'이 문제라는 게 근본 문제다. 감동(感動)은 주지 못할망정 수년째 분통만 터뜨리게 하다니 말이 안 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61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6-09 오후 8: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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