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휴대전화(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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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13)
조우성의미추홀 /
휴대전화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유영하면서 탯줄을 통해 숨을 쉬고 영양분을 받는다. 마치 우주 공간에서 작업하는 우주인이 모선(母船)에 이어진 생명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귀환을 보장받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탯줄은 동맥 2개와 정맥 1개로 이루어진 미세한 3륜 모양이라는 점으로 태아와 어머니가 동일체임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단 태아가 세상으로 나오면 거꾸로 그 탯줄을 끊어 주어야 산다.
생명의 오묘한 반전 같다. 그 때 탯줄은 칼이나 가위 같은 날이 선 쇠붙이로 단호하게 자르고, 자른 태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땅에 묻거나 태웠다. 그 이유는 태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태를 잘린 핏덩이 태아는 비로소 스스로 숨을 쉬고 고고(呱呱)의 울음을 터뜨린다. 하나의 인격체 탄생을 예고하는 숭고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 순간부터 아기는 모체로부터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한국의 어머니는 자식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다. 일거수일투족에 간섭한다. 수시로 "밥 먹었니? 시험 잘 봤니? 엄마 보고 싶지?" 어쩌니 하며 휴대전화로 퇴영적인 모성애를 발휘한다.
청소년의 80.6%가 가지고 있다는 휴대전화는 그런 면에서 아직 자르지 못한 '전자(電子) 탯줄'인 셈이다. 험한 세상에 그럼 어쩌란 말이냐는 반론도 없을 수 없지만 '과잉 보호'로 인한 자립성 결여야말로 더 큰 개인적·사회적 손실이라는 생각이다. 수업 중 통화와 게임까지 한다니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겠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13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12 오후 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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