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국일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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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10)
조우성의미추홀/
국일관
인천우체국이 하루 아침에 중동우체국으로 바뀌어 사람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중동(中東)이라니? 했더니 중구와 동구를 관할하게 돼 한 자씩 따서 새로 지었다는 설명이었다. 작명 수준이 '송도(松島)' 버금간다.
그 중동우체국이 어느 날부터 한밤에 환하게 불 밝혀 몸체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건물 전면을 거의 뒤덮고 있는 일장기의 동그라미 문양이 불빛에 더욱 도드라져 보여 착잡했지만 근대건축물의 자태는 여전했다.
대조적인 것은 흑백의 콘트라스트처럼 그 옆의 흐릿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커다란 건물 한 채다. 우체국과는 달리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은 한때 불빛 휘황했던 극장식 나이트클럽 '국일관'이었다.
시가 관광 진흥 차원에서 야간 경관을 조성한다며 도처의 근대 건축물에 화려한 빛의 세례를 퍼붓고 있는 반면 '국일관' 같은 일부 유흥업소는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 같아 못내 아쉽다.
관광의 ABC는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에 놀거리까지 마련해야 하는 법인데, 사실 중구의 관광은 근엄(謹嚴) 일색이다. '근대'는 중구만이 지닌 최고의 관광 자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애들 말마따나 2%가 부족하다.
놀거리도 마땅히 있어야 한다. 마카오나 라스베가스 같은 환락 지역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나 먼 길을 떠나온 이들에게 낭만과 자유, 휴식과 다소간의 일탈을 용납하지 못한다면 시가 애쓰고 있는 관광 진흥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국일관' 유(類)의 밤문화가 활력소가 되리라는 견지에서 그 부활을 촉구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1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09 오후 8: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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