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식물의 '황소개구리'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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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 6)
조우성의미추홀 /
식물의 '황소개구리'
도롱뇽은 한 번에 50~120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성장하기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아득히 오랜 세월 전부터 천성산이나 계양산 도롱뇽들은 그 같은 생태 현실에 적응해 왔던 것이다.
개구리도 처지는 비슷하지만 논배미에서 떼져 노는 올챙이를 잡아먹는 물방개를 형편없는 무뢰한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황소개구리만은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사악한 변종으로 줄곧 지탄해 왔었다.
그렇게 먹고 살 수밖에 없도록 태어난 피조물의 하나인데도 그 본성적 생태를 나무랐던 것이다. 온갖 생명을 마구 잡아 창고에 쌓아가며 부를 챙기고 있는 인간들에 비하면 황소개구리는 다만 먹고 살 뿐인데 말이다.
문제는 황소개구리의 국적(?)이었고, 그 배후에는 놀랍게도 '미국은 나쁘다'는 암유(暗喩)까지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환경'의 유치한 이념화였다. 현상만을 쫓아 '미국 것은 개구리도 나쁘다'는 투의 인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황소개구리가 한국의 생태계를 짓부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태평양을 스스로 건너오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원죄는 장삿속으로 수입해 온 업자들과 그에 놀아난 멍청한 관리들에게 있었다.
이번에는 또 북미 원산 '가시박'이 소동이다.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국가 검역이 문제지 '가시박'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농가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은 현실이고, 인천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니 대책이 있어야겠지만 언론이 '식물의 황소개구리' 운운하며 본질을 현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06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05 오후 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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