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파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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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7.17)
조우성의미추홀 /
파리
파리는 두려움을 모른다. 세계의 권부(權府)인 백악관에도 겁 없이 드나든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의 순발력을 우습게 알고 인터뷰 중이던 그의 왼손 등에 앉았다가 순간 불귀의 객이 된 파리가 있어 해외 토픽에 올랐다.
오른손을 잽싸게 내리쳐 오바마가 파리를 잡는 명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자 미국의 무슨 '동물권익단체'가 항의를 했다고 한다. 말은 '동물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것이겠지만 살다보니 별 희한한 일을 다 본 듯한 심정이다. 그 단체는 "파리를 덫으로 잡은 뒤 밖에다 놓아 주는 인도적 장치를 백악관에 보낼 것"이라고 발표한 반면 파리떼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백악관 사람들은 퇴치용 특수 전구를 곳곳에 설치해 놓고 전쟁 중이라는 후일담이다.
그런데도 회의 중 콧등에 앉는다든지, 서류를 넘어 다닌다든지, 허락 없이 음식맛을 먼저 보는 무례를 수시로 저질러 급기야 파리채까지 준비했으나 별소용이 없다고 하소연이란다. 극단의 생명 존중 사상에 손을 든 모습이다.
그것이 딱하다고 해서 요즘 한국에서 잘 나가고 있는 전자 파리채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 같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더니 기껏 동물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비인도적 도구나 만드냐며 온갖 을난을 쏟아부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위하여 죽어간 무수한 소들과 소시지 통조림 안에 배였을 돼지들의 비명을 허구한 날 먹고 사는 마당에 인간의 원죄적 업보를 되새겨 본다면 모를까 무슨 파리의 권익인지 헷갈린다. 파리와는 공존하자며 번데기, 메뚜기에 달팽이까지 먹어치우는 인간들의 정신적 사치는 세상 끝을 모른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71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7-16 오후 9: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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