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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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 7.16)
원현린 칼럼 /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주필
필자는 일전에 본란을 통해서 ‘시행착오 겪을 시간이 없다’라는 제하에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했다. 괜히 나신(裸身)이 되는 청문회에 나가 망신만 당하고 끝내는 낙마하는 수모를 겪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 그릇이 안 되면 애당초 사양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끝내 낙마했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고 한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당은 후보자를 옹호하려 들었고 야당은 철저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다.
공직자들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더욱 그렇다. 국회 청문회 검증을 거쳐야 하는 자리는 권력의 핵심부서에서 국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이다. 훗날 신분이 높이 올라 청문회에 나가게 될 것에 대비해서라도 평소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공직자라면 어떠한 유혹도 뿌리칠 만한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 주위의 지나치는 편경(片景)에 현혹되어 흔들리다가 종국에는 망신만 당하는 사례를 우리는 왕왕 보아오고 있다. 이번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청문회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 다시 시간만 낭비한 것이다. 이제 다시 새 검찰총장 후보를 물색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자리에 앉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가량이 소요된다.
한 국가기관의 수장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행정의 공백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지금 국세청장이 그렇고 검찰총장 자리가 그렇다.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이 때문에 당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매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들의 입학을 위해서 한 위장전입이 ‘죄가 안 되는 줄 알았다’는 등 진땀을 흘리며 궁색한 변명으로 청문회에 임하는 모습에서 연민의 정까지 느끼곤 한다.
장래 화근이 되는 줄 모르고 행위 당시에는 ‘설마’ 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과거의 잘못된 행위가 시비의 대상이 되면 그 때 가서 하나같이 후회들을 하곤 한다.
고위공직 자리는 아무나 앉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자리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지녀야 함은 필수이다. 검찰총장 자리는 이 땅에 정의를 세운다는 검찰의 총수자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천 검찰총장 후보의 청문회 결과를 보고받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언급하면서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며 높은 도덕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이상(理想)은 도덕의 실현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도덕성이 결여됐다면 이 또한 결격 사유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에 지나지 않는다.
청문회에 나오는 인사들 가운데 깨끗이 지난날 잘못을 인정하는 후보는 없었다. 하나 같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 등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중도하차하곤 했다.
성실성도 진실성도 없어 보이는 후보자를 높은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능력 있고 참신한 인물을 물색해야 한다.
이번 검찰총장 후보 낙마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인사검증시스템에 의해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결여한 결과이다. 우리는 언제나 똑같은 우를 범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에겐 그렇게도 ‘무균질 인물’은 없는가. 있는데도 찾지 못하는 것인가. 금후 새로 내정되는 고위공직후보자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자격이 있는가’라고 자문한 후 후보직을 수락했으면 한다. 과거 행적과 지금 스스로가 짓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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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5 19: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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