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붓글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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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 8.12)
조우성의미추홀 /
붓글씨
필자는 50년대 말 동구에 있는 '송림국민학교'를 다녔다. 4학년 때 붓글씨를 배웠다. 붓과 먹, 벼루, 연습 신문지는 각자가 준비했는데, 처음 먹을 갈다 보니 손에 먹물을 안 묻힌 애가 거의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학기 동안 연습만 하다가 어느 날 선생님이 습자지에 글씨를 쓰라고 하셨다. 그게 학급 게시판에 붙기도 했다. 크레용, G펜 등으로 만든 '학급신문'과 함께 붓글씨는 유년시절의 정서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찌 된 영문인지 붓글씨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초중등 어느 곳이든 큰돈을 들여 컴퓨터 학습실은 예외 없이 만들어도 별 시설이 필요 없는 '서예실'을 갖춘 학교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판이다.
동양 3국 중 '붓글씨'를 학교에서 몰아낸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중국 본토는 물론 화교 학교인 인천중산학교(仁川中山學校)에서도 가르치고 있고, 일본 역시 초등부터 대학까지 붓글씨를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오사카시립미술관에서 다음 주에 여는 '전 일본 교교ㆍ대학생 서도전'이 그 한 예인데 일본의 최대 신문사인 '요미우리'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전시회 중의 하나다. 일러 '학생 서도의 그랑프리'라고 칭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IT에 정신 팔려 붓글씨의 전통적 교육 가치를 간과하고 있는 학교나 검여(劍如), 동정(東庭) 같은 대가의 영향 아래 형성된 인천 서단(書壇)이 힘을 모아 '전인천 학생휘호대회' 한번 제대로 치러본 적이 없다는 것은 무심한 탓으로 보인다. 온고지정을 살려 결행해 볼 일이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0819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08-18 오후 9: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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