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조정의 녹봉만으로는…(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09. 9.17)
원현린 칼럼 /
조정의 녹봉만으로는…
수나라를 멸하고 당을 건국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워 개국공신이 된 당인홍은 대대손손 부귀영화가 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관매직과 가렴주구를 일삼아오다 비리가 드러나 당태종 이세민에게 벌을 받게 되었다. 그의 변명이 가관이다. 그는 “여생을 편히 보내기 위해서는 조정의 녹봉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하며 때늦은 후회를 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관리가 봉급이 적다 하여 부정을 저지르게 되면 그 사회는 다 된 사회다. 공무원들의 봉급이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수령하는 연봉액수에 만족해 하는 공직자는 아마도 없을 줄 안다. 누구나 녹봉만으로는 어렵다 할 것이다.
재물을 탐하려면 공직을 내놓고 돈벌이에 나서야 하지 공직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직위를 이용, 부정한 방법으로 재화를 모은다는 것은 수탈행위이다.
공자는 “악의악식을 부끄러워하는 자와는 상대하지 말라”고 했다. 궁핍한 생활을 마다하지 않고 청백리로 살다간 관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나 보다. 아마도 태산을 갈아먹고 대양의 물을 다 마신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최근 3년간 뇌물수수 등 범죄를 저지른 범죄경찰관이 800명에 이른다는 부끄러운 수치가 나왔다. 계급별로도 다양하다. 범죄를 예방하고 치안을 유지하여야 할 경찰이 국법을 지키지 않고 죄의식이 없이 오히려 범법행위를 한다 함은 언어도단이라 하겠다.
우리는 경찰을 일러 ‘민중의 지팡이’라 한다. 오늘도 묵묵히 치안유지에 경찰의 본분을 다하는 진정한 경찰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가 전체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2년간 국세청 직원 징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상반기 현재까지 국세청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인원은 총 111명으로 이 가운데 금품수수는 30명이라고 한다.
세무공무원의 비리행위가 많다는 것은 징수할 세금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국고를 축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두어들여야 할 세금은 받지 않고 뇌물의 대가로 세금을 탕감해준 것이 된다. 총 30건의 금품수수 중 세무조사 및 세액감면 봐주기가 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억대 상당의 뇌물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태가 이러니 뇌물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공직자들에 의한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의 경우도 연간 무려 2천여 건에 이른다는 통계다.
공직자들의 강력범죄 실태가 이 정도라면 심각한 수준이다.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법이 무르고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탓이다.
최근 대만의 천수이벤 전 총통이 부패와 사기, 돈세탁 등의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우리국민들은 느끼는 바가 많았으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과연 법에 의한 사법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우리는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오늘도 민족중흥의 최일선에 서서 겨레와 함께 일하며 산다.” 공무원 윤리헌장 전문의 일부분이다. “국가에는 헌신과 충성을, 국민에겐 정직과 봉사를, 직무에는 창의와 책임을, 직장에선 경애와 신의를, 생활에는 청렴과 질서를”. 이것은 공무원의 5대 신조이다.
모든 공직자들은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을 당시 하나같이 공무원 취임선서를 했을 것이다. 잊을 것이 따로 있지 공직자가 지녀야 할 사명을 잊어선 안 된다. 자랑과 긍지를 지녔을 초임 당시의 모습,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가 어떠한 신분인가를 자성해봄도 좋을 성싶다.
공무원이 부패하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다. 목전의 이익을 탐해 소탐대실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뇌물에 대한 욕심은 인간의 본성인가. 사회가 건전하려면 단 한명의 부정한 공직자도 없어야 한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9-16 19:57:43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