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아버지를 팝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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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10.5)
아버지를 팝니다
교육의 눈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요즘 아버지의 존재, 남자의 존재가치가 날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지고 있는 것같다.
어느날 신문광고에 아버지를 판다는 내용이 실렸다. 광고에는 노령이고, 몸이 편치않은 아버지를 10만원에 팔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혀를 차며, 세상이 말세다 또는 다 늙은 할아버지를 누가 사겠냐고 쑥덕거렸다. 그러나 어느날 한 부부가 광고를 보고 아버지를 사겠다고 그 집을 찾아갔다.
넓은 정원에서 꽃밭에 물을 주고 있던 할아버지가 부부를 맞이하면서, 왜 몸도 건강하지 않은 할아버지를 사겠다고 하느냐고 하자, 젊은 부부는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랐고, 얼마나 집안이 어려우면 아버지를 팔겠느냐고 하면서, 비록 넉넉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우리도 아버지를 모실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왔다고 하였다.
할아버지가 지금 그 할아버지는 안계시고, 내가 잘 아는 분이니 돈을 달라고 하자, 부부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돈을 내놓았다.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도 정리할 것이 있으니 일주일 후에 오라고 하였고, 일주일 후 부부가 다시 그 집을 방문했을 때 그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이 하면서 "어서 오너라! 나의 아들, 며느리야 내가 팔려고 하는 할아버지이다. 사실 나는 돈이 많은데, 자식이 없어 나와 함께 여생을 보낼 사람을 찾고 있었다. 물론 양자를 맞이하면 되겠지만, 너희와 같이 진실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서 광고를 냈다고 했다. 너희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큰 복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그 부부의 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주고자 하는 자는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다'라는 교훈을 주었다.
홀로 된 나이가 많은 아버지가 있었다. 어느날 아버지가 아들, 며느리, 딸, 사위를 모두 오라고 하였다. 자식들은 아버지께서 유산을 주시려나하고, 기대를 하면서 선물을 사들고 모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내가 사업을 하다가 7억원의 빚을 졌다. 이제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갚고 죽어야 할 것 같아 오늘 이렇게 모이라고 하였다. 그동안 너희들 대학까지 가르치고, 결혼시키느라 가진 돈이 없으니, 너희 5남매가 갚아줄 수 있는 만큼씩만 적어라"고 하셨다. 모두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가장 못사는 둘째아들이 죄송하다며 5천만원을 썼다. 잘사는 첫째아들이 마누라 눈치를 보면서 3천만원을, 셋째아들은 2천만원, 두 딸은 남편 눈치를 보며 똑같이 1천만원을 썼다.
며칠 후 아버지가 이번에는 아들, 딸만 불렀다 모두들 또 얼마를 써야할지를 걱정하면서 모였는데, 아버지 말씀이 "사실은 나의 전 재산이 7억원인데 어떻게 나누어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명한 것일까 생각하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말씀 하시면서 "지난번에 너희들이 갚아주겠다고 쓴 금액의 5배씩 나누어 주겠다.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로 하였고, 이 모든 것은 변호사의 공증을 다 받았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모두 할 말이 없어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명한 솔로몬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에 가장 외롭고, 쓸쓸하고, 나약한 이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아버지도 김포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시면서 자식들 뒷바라지에 자신을 희생하셨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버지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기력이 쇠잔하여 삶과 희망의 끈을 놓으시고,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시며, 골방에서 불도 켜지 않으시고, 하루종일 앉아계신 모습이 떠올라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과연 나는 얼마만큼 진솔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모셨나. 나는 늙고, 병든 아버지를 사겠다고 할 수 있으며, 마누라 눈치 안보고 얼마를 쓸 수 있을까.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생각하니, 스스로 얼굴이 붉어지고,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종이신문정보 : 20091005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0-04 오후 8: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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