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서로 나누는 한가위 되길(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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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0. 1)
원현린 칼럼 /
서로 나누는 한가위 되길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39.6%가 올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유는 연휴가 짧아서, 쉬고 싶어서, 신종플루 감염이 걱정돼서 등 다양했다.
실상은 고향을 가지 못하는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형편이 여의치 못해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주위에서 들어보면 지난해에 비해 다가오는 추석이 즐겁지 않다고들 한다. 즐거워야 할 추석이 즐겁지 않다니 마음이 영 석연치 않다.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황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불우이웃이 따로 없다. 가까운 이웃들과 지인들 중에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경기침체에 신종플루 영향으로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기거하는 시민들이 더욱 썰렁한 추석명절을 맞이할 것 같다.
평소에 도움을 주던 기업인들과 몇몇 뜻있는 사회 독지가들의 발길도 뜸하다고 한다. 예전에 많이 찾던 정치인도 발길을 끊고 있다. 경기가 그다지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체불임금은 늘고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
경기불황으로 빈손으로 갈 수 없기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서로 나누는 이웃이 되어야 하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526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자금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8.7%포인트 낮아진 48.1%가 ‘추석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추석상여금의 경우 지급하겠다는 업체는 65.6%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3.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한다. 자금사정이 안 좋으니 상여금의 경우도 지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게다. 직장인들도 어느 해보다 올해에는 쓸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우리가 보살펴야 할 곳이 또 있다. 우리 산업의 역군인 해외 이주민들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 이들 외국인은 100만 명을 넘어 서고 있다. 이들은 명절을 맞이해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다. 짧은 연휴기간 고국에 다녀오기가 시간과 거리 등 형편상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해마다 각종 단체나 기관 등에서 이들을 위한 위안잔치를 열고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신종플루 영향 등으로 다중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마저 신통치가 않을 것 같다.
우리 국민들 중에서도 명절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설움이 있는데 이들 외국인은 더욱 그리울 것이다. 걱정과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고국에 가지 못하는 해외 이주민에게 마음으로부터라도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그러잖아도 각박한 세상이다. 양로원, 고아원 등 시설원은 명절만 돌아오면 괴롭다.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어 먹곤 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어왔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나 홀로 명절’이 되었다. 주거공간이 아파트가 주를 이루면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다. 앞집과 옆집에, 위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이웃이 없다. 그러니 자연히 나 혼자일 수밖에 없을 게다.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군중속의 고독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한 삶을 산다.
신종인플루엔자로 인한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집합장소에서 신종플루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감염확산이 우려된다. 아무쪼록 추석연휴에 개인위생에도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하겠다. 명절이 끝나면 신종플루가 더욱 확산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입장과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면 배려해야 할 곳이 아주 많다.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명절이 되어야 하겠다.
물질적으로는 비록 풍족하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넉넉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올 추석만큼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라는 말대로 풍성한 명절이 되기를 보름달에 빌어본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09-30 18: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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