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향수 과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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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0. 1)
오광철의 전망차 /
향수 과일
아파트 정원의 대추나무 가지가 꺾어질듯 휘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게 달렸다. 어린녀석들이 덩달아 그것을 따겠다고 안달이지만 키가 작아 미치지 못한다. 민요에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대추야 떨어져라”는 것이 있었는데 예전에도 손에 닿지 않아 조바심을 내던 어린것들이 그렇게 불렀나 보다. 과일 많이 열리는 해가 있다고 하더니 금년이 그런 해인가 보다. 가지를 올려다 보면서 추석이 내일모레임을 비로소 느낀다. 대추를 일러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과일이라고 이어령 교수가 그랬듯 대추에서 고향과 향수를 맛본다.
노천명 시인도 ‘장날’에서 대추를 읊는다.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이십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나귀 방울에 지절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이쁜이 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옛날 산골 마을의 추석을 맞는 정경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추석 맞을 차비로 읍내장으로 떠나고 돌아오는 부산함이 인상적이다. 산골에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은 천상 대추 밤을 내다 파는 것 말고는 달리 없었다. 그런것을 철부지 이쁜이는 주지 않는다고 울었고 시인은 대추밤을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것을 반대로 돈을 산다고 묘미를 부렸다.
지금은 유실수를 가꾼다며 대추나무를 많이 심지만 예전에도 대추나무는 시골이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였다. 아예 마을 이름을 ‘대추나무골’이라 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충북 보은은 대추의 산지였다. 그래서 대추가 흉년이면 보은 처녀들이 운다고 할 정도였다. 가을 대추추수를 잘해야 시집을 갈 수 있다고 해서였다.
그런데도 지금은 중국산 대추가 많이 들어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대추는 생과를 식용으로도 하지만 건과를 약용으로 이용한다. 한방에서 이뇨 강장제로 좋다고 한다. 우리의 고유 식품 약식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떡에도 넣는다.
오는 3일이 추석이다. 어느새 달도 커졌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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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30 18: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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