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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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0.22)
원현린 칼럼 /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이여! 정녕 이 영화를 제가 만들었나이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벤허’가 1960년 11개 부문에 걸쳐 아카데미상을 받게 되자 감독 윌리엄 와일러가 수상 소감에서 자아낸 탄성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온 국민을 매료시킨 대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은 김연아의 ‘명품연기’였다. 김연아가 따낸 점수는 여자 피겨사상 최고 기록이라 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웠고 대견스러웠다. 피겨스케이팅의 채점방법을 모르는 필자라 해도 김연아의 연기는 만점을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만점을 받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곧 만점은 신의 영역이므로 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잠시 떠오른 의문을 접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다. 그렇다. 인간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늘의 몫이니 그저 겸허히 천명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시청자에게 들리진 않았지만 김연아도 두 손 모아 “신이여! 정녕 이 연기를 제가 해냈나이까.”라고 독백을 했으리라.
김연아는 경기 결과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스스로의 점수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를 지도한 오서 코치도 예상외라는 듯 놀랐다. TV를 통해 피겨여왕의 명품연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말로 기분좋은 하루였다.
인천시가 현재 지향하는 도시가 ‘명품도시’이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국제여객 터미널이 있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송도, 영종, 청라지구에서는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세계 각 나라의 도시들이 참가한 인천세계도시축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오는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예약되어 있다. 가히 국내 여타도시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하겠다. 이 같은 외견만 보면 인천을 지금 당장 ‘명품도시’라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발표된 인천시 행정수행능력의 성적표가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부가 주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민원행정 서비스 분야를 비롯 8개 국정주요시책에 대한 수행능력 조사에서 인천시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이래가지고서는 명품도시는 커녕 반품도시도 안 된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말만 번드레하고 무늬만 화려하다고 명품이 될 수 없다. 인천은 행정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민원행정서비스 분야에서 꼴찌를 했고 대학입시성적도 전국에서 하위권이다. 서울 주요대학 입시 성적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런 성적표로 어느 분야에서 무슨 진품명품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겨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의 기록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명 코치 오서와 안무가 윌슨이 함께 삼위일체가 되었기에 가능했다. 용장아래 약졸 없는 법이다. 인천의 꼴찌 성적표가 사령탑인 시장이 용장이 못돼서인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면 그 분야에 있어서는 달인이 된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행정의 달인들이어야 한다. 국정감사 기간이라서 국감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국 비교 수치가 나와 비교해보면 인천시의 점수가 영 형편없다. 민원행정이 무엇인가. 시민의 불편사항을 수렴하고 가능한 선에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타 광역지방자치단체와의 민원행정 비교평가에서 중간도 아닌 최하위를 기록했다함은 이해키 어렵다.
탐관오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 살림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공직자가 일을 게을리 하면서 그저 자리만 보전하고 녹봉만 타먹는다면 이들이 바로 탐관오리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라면 임기가 끝나고 나서 스스로가 만든 작품을 놓고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 불량품이나 미완성의 작품을 남기고 신을 운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10-21 19: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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