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도시의 꽃(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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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1. 9)
오광철의 전망차 /
도시의 꽃
지금 처럼 간판을 두고 경쟁하듯 치열하지 않았던 시절-50년대에 동방극장(지금의 신포동 외환은행 뒷골목) 옆집에 걸려있던 간판 하나가 지금도 눈에 잡힌다. 자연목을 켜서 조각한 돼지 모습에 ‘돈까스’라고 세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게 했었다. 아마도 그 옥호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그것만으로 돈까스집인 것을 알아 차렸을게다.
근래 우리나라 도시들을 일러 ‘간판공해’요 ‘간판의 난장판’이라고 할 만큼 간판이 어지럽다. 외국 처럼 아름답고 재미있는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도 그럴진데 외국인의 눈에는 어떨까 궁금하다. 어느 방한객은 색깔과 개성없이 절제와 조화를 잃고 난립하여 분방한 여인의 짙은 화장같다고 말한바 있다.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요 개성이다. 도시녹화에 노력하고 이와 조화를 이루듯 빌딩 숲이 들어서고 있는 요즘 인천은 참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물과 도로 가로수가 도시미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질서하게 간판이 난립하여 도시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그런 중에 최근 모범답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동구 지역의 간판개량 움직임이 그것이다. 대로변 건물벽과 유리창을 온통 대형간판으로 덕지덕지 도배하듯 하던 것이 하나둘 예쁘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예쁘게 디자인된 조각글자와 무지개 색깔로 색칠하여 아름답다. 고객에게 사업소를 알리는 것이 간판의 기능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처음 구월동 S백화점 주변에 등장하더니 H스포츠센터와 모래내시장 건너편 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간판은 도시의 꽃이다.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꽃잎 처럼 그것은 메트로포리탄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교태를 부린다. 여기에 간판 미학이 있고 간판의 심리학적인 것이 있기 마련이다.”
간판 개량만으로도 개성있는 도시의 요건이 될 수있다. 남동구가 세차례에 걸쳐 지하철 예술회관역, 로데오광장 그리고 논현역 등에서 ‘2009 좋은 간판 사진전시회’를 열고 있는 중이다. 시민이 선정한 우수작품에 대해서는 시상하리라 한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11-08 18: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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