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출사표(出師表)(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09.12.10)
/원현린 칼럼
출사표(出師表)
출사표(出師表)하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촉한 승상 제갈량이 황제 유선에게 올린 표문이 떠오른다. 공명은 여기에서 불후의 명문을 남겼다. 거기에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가 들어 있고 출사(出師)의 정당성이 들어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충성심이 구절구절에 나타나있다. 한 두 문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신에게 도적을 토벌하고 나라를 부흥시키는 일을 맡기시어 실효가 없으면 죄를 다스려 주십시오.”라고 했다. 공명은 또 후(後)출사표에서도 대업을 생각하면 “잠을 자도 잠자리가 편치 않고, 음식을 먹어도 맛이 달지가 않습니다.”라고 했다.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문구다.
원래 출사표는 정벌을 앞두고 신하가 군주에게 올리는 표문을 일컫는다. 하지만 요즘에는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가리켜 ‘출사표를 낸다.’고 한다. 오늘날 공명의 출사표에서처럼 정계에 나간 정치인 가운데 식음을 전폐해 가며까지 나라를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고, 만약에 정치를 잘못하면 벌하라는 자 그 몇이나 될까.
요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도 나도 출마한다고 야단들이다. 출사표가 너무 남발되고 있다.
자격이 안 되는 인물이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기라도 하면 임기동안 유권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함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경험했다.
출사표에는 우국충정이 담겨있어야 한다. 각오도 비장해야 한다. 그러한 의지도 없는 인사가 출마했다가는 당선이 되어도 문제다. 국민 생활을 망치고 혼란만 초래하게 된다. 국가를 위해 희생, 봉사한다는 사명감도 없이 그저 일신상의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진작에 그만 두느니만 못하다.
지방자치시대에서는 지방선거가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출마자가 많은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그것은 곤란하다.
훌륭한 책은 도서관에서 수많은 세월을 살면서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이래야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에 의한 책이 너무 남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화보로 처리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깨알같은 활자로 책을 엮느니 시원시원한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화보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목적이 어차피 개인 홍보이니 만큼.
정치인들이 출간하는 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홍보책자이다. 인생의 지침서도 아니요 지식의 전달자로서의 교양서적도 아니다. 특정정당에 속한 정당인들이나 읽어야 할 책들인 듯싶다.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닌 유권자로서의 일반 독자들에겐 와 닿지 않는 내용들이 많다. 자화자찬으로 가득 차 있다.
들여다보면 어떤 책은 개인의 자서전이나 수필집이고 어떤 책은 의정보고서 같은 성격의 책이다. 다 그렇고 그렇다. 개중에는 함량미달의 책들도 있다. 그래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빈손으로 갈수가 없어서 책값으로 몇 푼의 돈을 쾌척(?)하고 한권의 책을 손에 들고 나온다. 그래야 맘이 편하다 한다. 출판기념회 당일 나간 책만으로 친다면 단연 베스트셀러가 돼야 한다. 하지만 곧 잊어지고 마는 단명하는 책들이다.
지은이들은 학자도 아니요, 문장가들도 아니다. 그렇다고 솔직하지도 않다. 오로지 이름 두 세 글자 알리고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 책을 낸 이들의 목적 일게다.
자신의 능력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했다. 미몽과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천거하는 인사들이 너무 많다. 출마의 변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나 아니면 안 된다’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밖으로 그 재주가 드러나는 법이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12-09 18:45:43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