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모두가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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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2.24)
원현린 칼럼
모두가 꾸는 꿈은 이루어진다
밝고 생기 넘치는 사자성어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먹고 살 걱정’이라는 뜻의 구복지루(口腹之累)를 꼽았다. 또 구직자들은 ‘아무리 구하고자 해도 구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구지부득(求之不得)을 선정했다. 생활하기가 어렵고 직장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가 고단하다는 말이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직장인들이 뽑은 이 문구를 보면 시민들에게 희망이 없다.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집단으로 우선 정치권이 있다.
내년도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하는데도 섣달그믐이 다 되도록 새해 예산안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그들의 당리당략을 우선으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말로는 아무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 하지만 이를 인정할 국민은 없을 게다. 일 년 내내 들려오는 국회소식은 단상점거 소식뿐이었다.
국회에서의 여야 간 투쟁은 국민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무리 격한 싸움을 한다 해도 국민은 열광과 갈채를 보낼 것이다. 폭력을 처벌하는 형사법을 제정해 놓은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가 스스로 폭력을 불사하니 이보다 더 한 모순은 없을게다. 자가당착이다. 법 앞에 예외가 통하는 우리는 법치국가가 아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이러한 국민의 대표들이 민생현안은 제쳐두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정쟁으로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고 배우고 닮아간다 했다. 여의도 국회에서 보고 배웠는지 지방의 기초, 광역의회를 막론하고 지방의회들도 단상폭력을 그대로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격(國格)이 높아야 세계사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이 앞서서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최악의 국회’라는 기록을 해마다 경신해 나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래가지고는 국가의 이미지를 결코 높일 수가 없다.
선진지 시찰 견학이라 하여 숱하게 해외에 나가는 의원들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뒤로 하고 출국하곤 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의원들이 해외에 다녀오면 소득이 있으려니 하고 기대한다. 필자도 “나가되 제대로 보고 배워오라”고 주문하곤 했다. 관광만 하지 말고. 그냥 다녀오곤 하니 발전이 없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의회를 둘러 봐도 우리처럼 싸움만 일삼는 나라는 없을게다.
해마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선정하는 한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되곤 한다. 교수들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사자성어를 내놓았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방기곡경(旁岐曲逕)이 그것이다. 연초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는 남과 사이좋게 지내지만 무턱대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2007년에는 새해 사자성어가 되돌려 자신의 허물을 찾으라는 뜻의 반구제기(反求諸己)였으나 그해 말에 가서는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뜻의 자기기인(自欺欺人)으로 결말이 났다. 지난해 희망의 사자성어는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거리낌 없는 인품을 나타내는 광풍제월(光風霽月)이었는데 연말에 결산을 해보니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 의사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을 지닌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됐다.
한해 결산 사자성어는 이렇게 어두운 문구들이다. 이처럼 연말 사자성어는 모두가 연초에 새해의 희망을 담았던 사자성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 되곤 한다.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가 연말에 가서 그대로 실천된 해는 없었다. 한해가 잘못됐으면 다음해에는 보다 나아져야 하는데 언제나 잘못된 전철을 다시 밟곤 한다. 우리는 언제나 후회와 회한의 점철이다.
직장인들은 또다시 내년도 희망의 사자성어로 만사형통(萬事亨通)을 꼽았다. 말 그대로 새해에는 온 국민들이 하는 일마다 형통하여 모두가 꾸는 꿈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반드시 현실로 가꿔낼 수 있다.” 칭기즈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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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ory@i-today.co.kr
입력: 2009-12-23 18: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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