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도시의 오아시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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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3.11)
오광철의 전망차 /
도시의 오아시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중심가-그랑 플라스에 ‘오줌 싸는 아기’의 분수가 있다. 시청사등 고딕 바로크 건축이 줄서있는 광장에서 레티브 거리로 들어서는 코너이다. 코너를 헐어낸듯 건물 사이를 비집고 좌대에 서있는 55㎝의 동상이다. 어찌보면 분수가 아니라 작은 동상이다. 발가벗은 아기가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누는데 실제로 물이 졸졸 흐른다. 1619년 제롬 뒤케누아가 조각한 브뤼셀의 상징이요 시민들이 ‘꼬마 줄리앙’이란 호칭으로 끔찍이도 아낀다.
전설도 많다. 브뤼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 아기가 오줌으로 불을 껐다고도 하고 브뤼셀 교외에서 전투가 있었을 때 아기가 나와 용변하느라 부득이 사격은 중지되고 아기가 구출된 것을 기념해 세운 분수라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 조각상은 여러나라에 빼앗겼다가 되돌려받은 경력이 있는데 프랑스 루이15세가 반환할 때는 금기저귀 옷을 입혀준 것을 계기로 각국 원수들이 방문할 때 보내준 전통의상이 600벌이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유럽의 도시들 광장에는 예술품이라 할 분수들이 있다. 로마 나보나광장의 트레비 분수는 영화 ‘애천’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등을 지고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올 수 있다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어 분수바닥에는 동전이 수북하다. 도시는 아니지만 분수라면 로마 교외의 티볼리에 위치하는 에스테가 정원을 빼놓을수 없다. ‘빌라데스테’라고도 불리우는 이 정원은 수 백개의 분수가 있는 계단식 정원으로 16세기 르네상스 문화의 진수요 이탈리아 정원 예술의 걸작이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근래 크고 작은 분수를 설치한다. 특히 규모있는 음악분수를 시설 여름밤 음악과 청량감을 제공한다. 이어령 교수는 일찍이 ‘분수는 도시의 오아시스요 분수없는 도시는 영혼없는 인간과 같다’고 말한바 있다. 조병화 시인은 ‘저녁 노을에/무지개 서는/섬세한 네 수줍은 모습을 보여라’고 읊었다.
시청앞 미래광장의 음악분수가 봄을 맞아 다채로운 분수쇼를 시민에게 선사하리라 한다. 그러나 분수 소식에 공연히 몸이 움츠러든다. 봄이 왔다지만 아직은 춥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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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0 19: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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