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이발하는 가로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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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3. 9)
/오광철의 전망차
이발하는 가로수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모스크바에 입성한 프랑스군 대위의 입을 빌어 파리를 말한다. 여배우와 같다면서 파리가 딸마이며 뒤세누아라고 비유한다. 그러면서 말미에 파리는 소르본느요 가로수길이라고 은근히 추켜세운다. 파리의 가로수길은 자랑할만하다. 그 세느강변의 가로수길을 일찍이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읊었다.
‘가로수가 있고/책이 있고/그리고 여인이 지나간다/여기가/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다’-세느강가의 고서적상 아들로 태어난 작가 프랑스는 고서와 골동품에 싸인 어린시절을 작품속에서 그린다.
파리의 가로수는 마로니에와 플라타너스이다. 특히 상제리제의 가로수 행렬은 실로 장관이다. 1870년 프로이센과 프랑스 전쟁시 거의 잘려지고 프라타너스로 보식한 것들이다. 원래 루이14세 때 식재한 것이었다. 나라마다 가로수의 수종을 든다면 프랑스는 마로니에, 독일은 보리수요 미국은 목련, 이탈리아는 포플러이다. 일본 도쿄의 긴자는 버들이었는데 2차대전 때 피해가 컸으나 전후에 빨간꽃이 피는 아카시아로 수종갱신했다고 한다.
가로수는 몇 가지 구비조건이 있다. 첫째 여름에 짙은 녹음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그늘지지 않도록 낙엽수여야 하며 둘째 수형이 정연하고 곧게 자라는 수간을 가져야 한다. 셋째 도시 공해와 병충해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수종이어야 하고 넷째 전정이 가능한 수종이어야 한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로수 형편은 이에 따르지 못한다. 당초 속성수라 해서 포플러를 심더니 개화기 꽃가루 피해가 있자 은행나무로 바뀌고 근래엔 벚나무 일색이요 관리도 신통치 않다. 인천시의 경우도 나을 것이 없다. 수 년전 인천시건설본부 직원의 대학원을 통과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지역별 특성이 없고 규격도 수간 간격도 균형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6~8m 간격으로 심게 되어 있는데도 경인로는 56%, 만수로는 68%만 간격에 맞고 격년제로 겨울에 시행하는 가지치기는 오히려 흉물로 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었다.
요즘 완연한 봄날씨이자 시내 곳곳에서 가지치기 등 가로수 정비를 하고 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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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07 17: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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