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선거와 흑색선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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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3.18)
/원현린 칼럼
선거와 흑색선전
흔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저급한 방법으로 ‘흑색선전’을 쓴다. 이는 실력이 모자라거나 하여 승산이 없을 경우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해 사실무근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상대편을 모략하고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하는 정치적 술책으로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비겁한 방법이다.
오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지역 각 후보들 간에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한다. 비겁하게 이긴들 그것은 이긴 것이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겨뤄 승리한 것만이 진정 이긴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는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기는 방법까지 문제 삼지 않아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설사 과정에서 다소 부정한 수단방법을 사용했다 해도 크게 문제시 되지 않았다. 대법원까지 가다보면 당선자로서의 할 일은 일정부분 다 경험한다. 선거재판을 지켜보면 재판부도 당선 무효형을 내릴 경우 선거를 또 다시 치러야 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등 물리적 낭비를 감안, 당선 무효가 안 되는 선에서 판단을 내리는 듯한 인상이 짙다.
선거에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통한다면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은 낮은 것이다. 우리 국민도 이제는 그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찍어놓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또 다시 일정 지역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하고 창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다수정당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때가 돌아와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놀이에 유권자들이 놀아나지나 않을까 그것이 염려된다.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표하는 칸수도 가장 많다. 광역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기초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광역비례대표, 기초비례대표 등 8명이다. 8칸에 기표해야 한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에 8명이 누구누구인지를 주지하고 있는 유권자는 미루어 짐작컨대 몇 안 되리라고 본다.
실상이 이럴진대 어느 후보가 자치단체장에 적합하고 어느 후보가 지방의원 활동을 잘 할 것인가를 판단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게다. 게다가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경우 평소에 교육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사회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유권자들이 능력 있는 교육계 인사를 가려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는 지방선거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가장한 선거가 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제도상 유권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은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누가 올바르고 진정한 일꾼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찍을 것은 뻔하다.
민선 4기의 경우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15%가 넘는 당선자들이 뇌물수수나 선거법 위반 등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하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또 다시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보궐선거를 해야 했다. 자리가 공백으로 있는 동안 주민들은 행정의 공백으로 인한 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 국가적으로도 지출하지 않아도 될 막대한 선거 비용을 허비했다. 경찰과 검찰도 치안유지 등에 써야할 수사력을 낭비해야 했다.
민선들의 중도하차로 인해 발생하는 이 모든 비용의 책임까지도 당사자에게 함께 물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구속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지방자치도 언제까지 시행착오만을 겪을 수는 없다.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 된지도 어언 20년이 흘러 성인의 나이가 됐다. 그런데도 선거 때만 되면 여전히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오는 6·2지방선거는 보다 성숙한 선거풍토에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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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7 18: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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