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타이타닉의 교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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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4. 1)
/원현린 칼럼
타이타닉의 교훈
1912년 4월 15일 밤 북대서양 한가운데를 조용히 항해하는 배가 있었다. ‘타이타닉’으로 불리는 거대한 크기와 안전성을 자랑하던 이 초호화 선박이 침몰할 줄은 출항 당시에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선박 제조 회사나 선장, 승선원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선박도 앞에 버티고 있던 거대한 빙산을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혀 종국에는 침몰하고 만다. 항해도중 빙산을 만나 침몰했다. 이렇다 할 통신수단이 없던 시기였다. 통신발달 과정사를 보면 무선통신의 유용성을 세계에 널리 인식시킨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건이었다.
1천5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고 살아남은 목숨은 700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나마 살린 것은 배위에서 유일한 통신 수단이던 무선전신이었다. 인근을 지나던 배가 ‘우리는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타이타닉의 조난 전문 수신 후 달려왔으나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희생이 너무나 컸다. 무선전신이 없었다면 당시 구조된 승객 700명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타이타닉호의 침몰 사고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널리 알려진 20세기 최대의 해난사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이렇다. 선박이 빙산에 부딪혀 침몰하자 바다에 빠져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처절한 모습이 나온다. 한 사람의 실종자라도 더 구하려고 캄캄한 밤중에 차가운 바다 위를 수색하는 구조선박의 구조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경을 헤매던 실종자 중 로즈라는 여인이 호루라기를 불어 마지막으로 구출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조금만 더 조난신고가 빨랐고 구조선박의 출동이 신속했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고 뒤늦은 후회들을 하고 있다. 이것이 타이타닉의 교훈이다.
이처럼 통신은 해난 사고 시 신속한 구조를 가능케 한다. 또 한 가지 예를 보면 1909년 영국의 여객선 리퍼블릭호와 이탈리아 선박 플로리다호가 뉴욕에서 175마일 떨어진 안개 낀 해상에서 충돌하였을 때 무선전신으로 구조신호를 받고 조난자의 구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바다에서 조난을 당하면 긴급한 통신연락이 생명이다.
위의 두 가지 예는 100년 전의 해양 사고들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과학의 발전으로 통신도 발달하고 선박도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시대임에도 이번 천안함의 경우, 사고 직후 군함에 전력이 완전히 끊어져서 함장이 휴대폰으로 침몰 상황을 알렸다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마저 없었더라면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사고를 접한 후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이 민첩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타이타닉의 교훈도 잠시였다. 이번 천안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위치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위치와는 달리 주변에 해군함정과 해경함정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을 것으로 안다.
바닷물은 차다. 그래서 바닷물에 빠지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촌각을 다투는 바다 실종자들이다. 실종자 구조 수색 작전이 성과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초계함이 침몰된 후 침몰한 군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상 크레인은 사고 발생 4일째인 29일 경남 거제 바다에서 출발했다한다.
오늘로 침몰 7일째이다.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기별은 여전히 실종자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허탈한 소식뿐이다.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시일이 흐르면 또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깡그리 망각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승조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
2010년 04월 01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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