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윤인문(74회) 문학정보고교장/흔들리는 전문계고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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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5.18)
흔들리는 전문계고의 정체성과 발전 방향
/윤인문 문학정보고교장
지난 12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고용전략회의에서 현재 690여 개인 전문계 고등학교를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 400개의 정예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기로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결국 경쟁력이 떨어진 300개 가까운 전문계고가 일반계고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같은 전문계고 40% 감축은 선진화 방안이라기보다는 전문계고 구조조정 방안에 가깝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학교 통합 및 축소의 방안이라면 일반계고와 전문계고를 적당한 비율에 맞춰 감축시켜야 함에도 굳이 전문계고만 감축하고자 하는 것에 의문이 많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60~70년대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세계 각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그 과정에서 중화학 공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제조업 중심의 기능인력이 전문계고에서 배출한 기능인력이 경제적 성장의 기반이 되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그동안 역대 정권마다 교육혁신 및 선진화 차원에서 직업교육에 관심을 보이며 나름대로 소위 혁신 내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직업교육기관인 전문계고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취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대학진학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계고 교육환경과 노동시장이 변화됨에 따라 전문계고의 정체성 문제가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고, 실제로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이 20%를 하회하는 반면 대학진학률이 70~80%에 이르는 등 직업교육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전문계 고등학교는 697개로 전체 고등학교 2천74개의 33.6%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계 고등학교는 최근 10년 동안 계속해서 학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며, 전체 고등학교에서 차지했던 비율 역시 줄어들고 있다.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 수는 약 50만 명으로 전체 고등학교 학생 수 177만 명의 27.8%를 차지하고 있으며, 학교 수와 마찬가지로 지난 10년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2.6%로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중도탈락률 0.79%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인천시의 전문계 고등학교도 학생 수에서 인천시 전체 고등학교에서 2005년 28.4% (2만8천270명)에서 2010년 22.6% (2만4천431명)으로 최근 5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인천의 경우에는 인천국제공항 및 신항만, 그리고 송도 신도시(Teleport)의 테크노파크와 미디어밸리 건설 등 주변 산업환경이 급속하게 변화됨에 따라 현재의 제조업 중심 도시에서 향후 첨단 산업기술과 국제교류의 동북아 거점 도시로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인천의 급속한 산업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직업교육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전문계 고교를 육성하기 위해 전문계고교 운영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특성화로 개편된 학교들은 예산지원과 우선모집 등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것으로 오판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학교의 이름만 바꾸어 특혜를 받고 몇 년이 지나면 유명무실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직업교육은 산업 인력을 공급하는 곳만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특기, 소질을 계발하여 올바른 직업을 선택하게 하는 직업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문계 고등학교의 기능인력 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서, 다양하고 내실 있는 직업교육으로 자신의 평생 직업을 위해 진로를 탐색하고 개척하도록 하기 위한 전문계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경제 산업 구조의 밑거름이 되는 전문계 고등학교의 직업교육을 재평가하고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의 병역문제, 승진불이익, 대졸자와의 임금격차 등에 대한 근본적 처방과 사회적 환경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전문계고의 정예화, 전문화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대비 투자 확대 등 획기적인 직업교육 여건 조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또한 전문계고 유인체제 확립에 보다 주력하여 전문계고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 제고 및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2010년 05월 18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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