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順風滿帆(순풍만범)을 기원하며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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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7. 1)
원현린 칼럼 /
順風滿帆(순풍만범)을 기원하며
오늘은 지방정부 5기가 출범하는 날이다. 우리는 지난 달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 16명의 광역단체장과 228명의 기초단체장, 761명의 광역의원, 2천838명의 기초의원 등 총 3천843명의 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했다. 게다가 16개 시·도별 교육감과 82명의 교육의원도 뽑았다.
당선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취임일이다. 먼저 오늘 취임하는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출범(出帆)’은 배가 항구에서 돛을 달고 바다로 떠남을 일컫는 말이다. 너른 바다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여기서 비롯돼 단체가 새로 조직되어 일을 시작하는 것을 비유하는 의미로 쓰인다. 흔히 임기가 시작된다든가 하는 말로 이 ‘출범’이라는 표현을 쓴다.
오늘 취임한 단체장은 선장이다. 바다는 험하다. 때로는 물결이 잔잔하여 넓고 평온한 바다, 태평양(太平洋)을 이루지만 검푸른 노도(怒濤)가 휘몰아치기도 한다.
배가 항구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면 선장은 목적지에 닿을 때 까지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마치 배가 북극성을 향해 나아가듯이 똑 바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돛이 뒤에서 부는 바람을 잘 받으면 배는 순항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이 같이 순풍만범(順風滿帆)일 수는 없다. 대양을 항해하다보면 때로는 역풍도 만날게다. 난파직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배가 거친 파도를 만나 난파돼도 선장은 맨 나중에 내려야 한다. 그만큼 무한 책임이 뒤 따른다. 그 만한 각오도 없이 선장을 맡으면 안 된다.
1912년 4월 칠흑 같은 밤,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 사건’의 경우 안전에 대해 자만심에 젖어있던 선장이 전방 경계를 게을리 하여 빙산을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 결과는 1천500명이 생명을 잃었고 겨우 700명이 구조됐다.
지난 민선 4기 지방정부의 경우 공과가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시일이 좀 지나면 갖가지 유혹도 많을 게다. 민선 5기에 와서는 목전에 목도한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그래도 자꾸만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 미욱한 인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지방자치가 성공하려면 주민자치, 주민생활이 주가 돼야지 정치성이 앞서면 안 된다. 지나간 민선 4기까지도 그래왔지만 이번 지방동시선거의 경우도 정책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앞세운 정치성이 지배했다. 유권자들은 흔히 들고 있는 4가지 투표행태 중 ‘인물’과 ‘정책’보다는 ‘지역’과 ‘조직’지향형으로 후보를 선택했다. 이는 오늘 취임한 단체장들이 염두에 두어야할 부분이다.
또 하나, 인천은 여전히 낮은 투표율과 득표율이었다. 투표율은 51%로 전국 평균 54.5%에 크게 뒤지는 수치였다. 이전 보다는 다소 높았다하나 여전히 낮았다. 이 같은 투표율 결과를 놓고 전체를 대신한다 할 수는 없다. 득표율은 인천시장 당선자의 경우 52.7%였고 교육감은 25.4%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인천의 유권자 209만 명의 26.6%와 12.3%로 미미한 숫자의 지지다. 전체 시민의 지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다수득표자이기에 당선되었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했다. 반대 측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해준 몇몇 시민의 대표일 뿐이다.
지방행정이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지역경제 살리기 등 단체장들이 당장 오늘부터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인천호’의 선장인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롯 나근형 교육감과 기초단체장들은 280만 인천시민이 한 배에 타고 있음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민선 5기 지방정부의 새 출범일에 필자가 쓴 소리함은 목민관으로서의 계명(戒命)을 가슴에 아로새겨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뜻에서다.
2010년 07월 01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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