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도통 맑은 곳이 없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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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7.29)
원현린 칼럼 /
도통 맑은 곳이 없다
예전에도 부패는 어느 시대 어느 왕조에서나 있었다. 조정 관료의 부패는 심하면 왕조의 교체를 가져오곤 했다. 우리사회의 부패가 한계에 이른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부패를 논한다는 자체가 시대착오 소리를 들을 정도다.
관료는 속성상 끊임없이 감시와 통제를 하지 않으면 부패하기 마련인가보다. 중국 청나라 강희제가 죽자 옹정제가 황위에 올랐다. 그는 관료들에게 충분한 봉급을 보장해 주면 부정부패가 없어지리라 생각하고 ‘양렴은(養廉銀)제도’를 시행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청렴을 키우는 돈’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청렴결백수당제도인 셈이다. 관료들이 토지세 등 세금을 현물로 받는 과정에서 저질러지는 착취를 아예 수당을 주어 막아보려는 제도였다. 많게는 본봉의 200배까지도 지불한 적이 있었다한다.
공직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가렴주구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사욕을 채우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했는데 실패했다. 양렴은이 지급되어도 지방관의 착취는 줄지 않았다.
중국 역사상 부패관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화신은 건륭제의 총애를 받았다. 그의 축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집이 2천790채였고 전답도 2억 평이 넘었다한다. 건륭제가 죽고 나자 부정하게 모은 가산은 몰수되고 본인은 자살을 했다. 거대국가 청조도 종국에는 조정의 부패와 아편전쟁으로 멸망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원래 욕심 많은 인간들은 태산을 갈아먹고 사해의 물을 다 마셔도 여전히 ‘배 고프다’ 한다. 우리의 경우 고관대작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주택 몇 채에 여기저기 전답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전답은 농민이어야 소유하는데도 자녀나 배우자의 명의로 소유한 공직자가 한 둘이 아니다.
늘 보아오고 있지만 우리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뇌물수수혐의를 받은 전직 시장, 군수들이 수사관과 쫓고 쫓기는 추적 장면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나라다. 범죄에 대하여 검찰권을 행사해야할 수사기관인 검사가 업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아 사전에도 없는 ‘스폰서 검사’로 불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군 특수 작전용 고속정으로 가족·친지들과 사사로이 뱃놀이를 하던 중 전복되어 군 장교가 사망하고 다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심지어 앞으로는 탱크관광, 전투기 관광소식까지 기다려진다는 막말까지 나오는 나라도 우리나라다. 국회의원이 본분을 망각하고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아 국회의원들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나라가 우리나라다. 학교 교장이 학부모와 여교사를 성희롱하여 직위해제 되곤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군기가 서려있는 부대는 깃발마저 정연히 나부낀다 했다. 이들은 어느 나라 군대, 어느 나라 검사, 어느 나라 국회의원, 어느 나라 교장인가.
상수가 맑아야 하수가 맑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맑을 턱이 없다. 토착·교육·권력형 비리 등을 척결해야 할 사정기관의 불법과 기강문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사정기관들에 대해 일제히 재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점검대상에는 성역이 없다했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 소위 권력기관들이 점검대상들이다. 기대도 되나 우려도 된다. 사정기관을 사정할 기관이 과연 어딘가. 사안이 터질 때마다 ‘성역은 없다’며 날선 칼끝을 들이댔다가 종국에는 흐지부지 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수사이고 사찰점검이다.
사정기관들의 기강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무얼 했는가. 기강이 해이해진 사정기관들이 어느 곳의 누구를 사정할 수 있었을까. 또 다시 ‘동업자 윤리의식’ 운운하거나 ‘누가 누구를 사정하는가.’하며 대통령의 지시를 허공에 외친 메아리로 끝나게 할 것인가. 두고 볼일이다.
2010년 07월 2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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