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생기없는 문명미장원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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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9. 6)
오광철의 전망차 /
생기없는 문명미장원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자주 박물관을 접하게 된다. 규모있는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무슨 기념관이요 아무개의 생가이다. 그 곳에서 어느 예술인이 직접 사용하던 만년필도 안경도 그리고 작품도 접할 수 있다.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수 백년전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선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가 있다.
박물관이란 뜻의 영어 단어 museum은 고대 그리스 뮤즈 여신의 신전 보물창고인 museion에서 유래한다. 이미 BC2천년 메소포타미아의 유적에서 박물관 형태가 발굴되었다고 하며 오늘날의 일반적인 박물관 기능은 BC3세기 알렉산드리아박물관이 효시라고 한다. 근대적 박물관의 등장은 19세기 후반이요 우리나라는 1908년 순종황제가 창경궁에 제실박물관을 둔 것이 처음이다.
한 나라의 볼륨은 역사책의 부피에 있지 않고 박물관의 중량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구의 여러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박물관 수효가 적다. 세계적인 도시들과도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근래에 이르러 여러가지 형태의 박물관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가구 자수 김치 옹기 짚풀 체신박물관 등이 속속 문을 열어 지하철을 타고 차례로 방문할 수 있다.
어찌보면 인천의 시립박물관은 우리 고장의 자랑이라 할만하다. 일제의 굴레에서 해방되던 직후 아직도 사회안정이 요원하던 시절 뜻을 가진 선각자들에 의해 유물을 모으고 개설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소장품이 빈약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시기였다.
현재 인천에는 개인 소장품으로 개설한 성서 고미술품 선교역사박물관 등이 있거니와 최근 인천시가 추진 중인 테마박물관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오는 2014년 까지 개관될 곳은 자장면박물관 한국근대최초사박물관 등 9곳인데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않고 유물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존 듀이는 박물관이라는 것이 잘못되면 생기없는 ‘문명의 미장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했다. 프랑스의 평론가 떼오필 또레도 ‘명작의 묘지’ ‘사후의 피난처’가 된다고 우려했었다.
2010년 09월 06일 (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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