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재배하는 억새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 8.30)
오광철의 전망차 /
재배하는 억새
포천과 철원을 경계하여 명성산이 우뚝 서있다. 해발 923m이다. 왕건에 쫓기던 궁예가 산에 숨어드는데 죽기전 신하들과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이 따라서 울었다고 한다. 왕과 신하와 산이 함께 울었다는 ‘울음산’-그것이 한자화하여 鳴聲山(명성산)이 되었다. 산 남쪽 분지에는 억새가 무성하여 1997년부터 해마다 가을에 억새꽃 축제가 열린다.
억새는 산 등성에 자라는 벼과의 1년생 풀로 갈대와 흡사하여 혼동한다. 그런데 이들은 엄연히 서로 다르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억새는 산등성이에, 갈대는 물가에 무리지어 산다는 점이다. 그리고 억새는 뿌리가 굵고 옆으로 퍼져나가는데 비해 갈대는 뿌리에 잔뿌리가 많다. 또한 갈대보다 억새는 키가 작고 꽃이삭도 작고 갈대가 회색인데 비해 억새는 흰색이다.
예전부터 억새와 갈대를 혼동한 예는 전라남북도를 경계하는 노령산맥이 그러하다. 갈대가 많다고 해서 ‘갈재’요 노령(蘆嶺)의 蘆는 ‘갈대 로(노)’인데 실은 이곳엔 갈대가 아니라 억새이다. 억새는 한자로 적(荻)이어서 노적(蘆荻)이라고 하면 갈대와 억새라는 뜻이다. 억새는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지나간 노래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인가요’의 으악새는 억새였다.
억새꽃은 그 생김새가 백발과 비슷해서 그것을 볼 때 마침 계절도 가을이어서 인생의 적막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억새꽃을 멋있게 감상하려면 해질 무렵에 해를 마주하고 보아야 한다고 한다.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고 금빛 가루를 털어내듯 하는 억새를 바라볼 때 스산한 가을의 분위기가 한층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옛 중국의 시인들도 싯귀에서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 그들도 억새와 갈대를 혼동했던지 비록 갈대(蘆)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두목(杜牧)은 어부시에서 갈대가 우거진 언덕을 읊고 있으며 육류(陸游)의 강촌을 읊은 칠언시(七言詩)에는 ‘洞庭四萬八千頃 蟹舍正對蘆花洲’가 나온다.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저탄소 녹색에너지 생산보급을 위해 억새를 시험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머잖아 억새의 명소로 등장하겠다.
2010년 08월 30일 (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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