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인천과 海不讓水 <해불양수>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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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8.19)
원현린 칼럼 /
인천과 海不讓水 <해불양수>
‘태산은 이 산 흙과 저산 돌멩이를 마다하지 않았기에 큰 산을 이룰 수 있었고 - 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태산불사토양 고능성기대), 황하와 넓은 바다는 이 시냇물 저 물줄기들을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은 바다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
진(秦)나라 조신(朝臣)들 가운데 이방인을 내치자는 여론이 비등하자 이사(李斯)가 이에 반대하는 ‘상진황축객서(上秦皇逐客書)’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이 글을 올려 자신을 방어했을 뿐 아니라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라 천하를 다스렸다.
인천은 수많은 섬을 거느린 바다가 있는 해양도시다.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어 국내 각 지방의 지역민들과 세계의 시민들이 공항과 항만을 통해 오간다. 어느 지역 사람이건 가리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필자가 인천에 살면서 가장 자주 예로 드는 문구의 하나가 위 인용문 ‘축객서’의 의미인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고 다 받아들여 큰 바다를 이룬다’-가 아닌가 한다. 여기서 해묵은 고사를 인용함은 그 뜻하는 바가 현시에도 들어맞는 의미인 듯싶어서다.
중앙이나 지방이나 한바탕 인사태풍이 지나가고 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인사를 매듭지어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어차피 선거공신들을 저버릴 수 없어 첫 인사에서 대접했다면 어쩔 수 없다하겠다. 금후 사사로운 잣대로 인재를 좌천시키거나 내쳐선 안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되겠다. 필자는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 지난 달 초 인사를 앞두고 본란에서 ‘3천 년 전 용인수칙(用人守則)을 배우라’하고 인사원칙을 예시한 바 있다. “강태공으로 불리는 중국 주(周)나라 정치가 여상(呂尙)은 인재를 발탁하는데 8가지를 검증하는 ‘팔징지법(八徵之法)’을 썼다. 첫째, 문지이언 이관기상(問之以言 以觀其詳)-질문을 던져 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지를 관찰하라”고 했던 것이 그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전문성과 실력을 제쳐놓고 혈연, 학연, 지연을 중시하기에 하는 말이었다.
당태종 이세민은 골육상쟁 당시 태자 건성의 고문으로 있던 위징을 받아들였다. 미관말직에 두지 않고 중용했다. 이세민이 고구려 원정에 실패하고 돌아가서 “위징이 있었더라면 정벌에 나서지 않도록 말렸을 텐데…”하고 후회할 정도로 그의 말을 들었다. 위징 또한 당태종을 도와 성당(盛唐)기를 열었다.
위징의 인물됨을 알아본 태종의 혜안이 적중했다. 당시에는 피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을 때이다. 한치 앞을 가리기 어려운 난세에 적을 도왔던 참모를 죽이지 않고 다시 기용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위징의 중용 결과는 당을 융성하게 만들었다.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 했다. 인천은 천시는 모른다고 치고 지리적 여건이 여타지역보다 좋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어 모름지기 동북아 중심도시로서의 자리로 손색이 없다.
인화가 문제다. 지방정권이 바뀌자 말들이 많은 지역 중 하나가 인천이다. 지역 차별 얘기도 나왔다. 인천은 국내 어느 도시보다 팔도시민들이 골고루 와서 살고 있는 지역이다. 특정지역은 있을 수 없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미국사회야말로 다양한 인종들이 ‘아메리카합중국’이라는 하나의 도가니에 녹아들어 살고 있다. 미국사회를 흔히 용해 용기를 의미하는 ‘Melting Pot’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흑인이건 백인이건 황인이건 묻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흑인이다. 콜린 파웰과 콘돌리자 라이스도 흑인으로 장관을 지냈다. 미국이야말로 정작 동양의 사자성어 ‘해불양수’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한다.
우리만이 유독 좁은 땅덩어리에서 지역을 가려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저것 따지고 제치고한다면 우리는 결코 너른 바다, 큰 산을 이룰 수 없다.
2010년 08월 19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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