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진정한 부자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 8.12)
원현린 칼럼 /
진정한 부자들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행위를 기부(寄附)라 한다. 인간이 취하는 여러 가지 행위 가운데 이러한 기부만큼 아름다운 행위도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달 중순 마이크로소프트(MS)공동 창업자 폴 앨런이 낸 성명에서 사후(死後) 재산 135억 달러(16조원 상당)를 기부하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 한 달도 채 안 되는 며칠 전에는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175조원으로 추산되는 재산을 살아있는 동안 혹은 사후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기부를 약속한 이들은 마이크로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비롯 워런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래리 앨리슨,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 등 40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재산 기부운동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버핏은 “기부운동을 이제 시작했지만 이미 상당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재산기부를 약속한 사람들이 다시 다른 부자들에게 기부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면서 이 운동이 계속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진 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그들의 성스런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 일찍이 기부 1세대로 불리는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고 재산을 기부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잘 알려진 말이다.
우리의 경우도 아름다운 기부는 얼마든지 있다. 연말이면 자선단체나 시설원 등에 얼굴없는 천사들이 익명으로 보내는 성금과 성품들이 그것이다. 지난 달 KAIST에 85세의 할머니가 현금 100억원을 기부했다. 사진과 이름을 절대 알리지 말라하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길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KAIST측에 밝혔다. 할머니의 고귀한 기부의 뜻을 알고는 아들과 손자도 매우 기뻐했다한다.
또 비슷한 시기 대학생 4명이 책을 내 인세로 받은 돈 2천만원을 “저소득층 아동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는데 보탬이 되어 달라”며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부의 효시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조 최고의 부자로 살았던 경주 최 부잣집은 만석꾼으로 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하고 곳간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는 이야기는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담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 최부잣집은 독립운동을 돕고 광복후에는 전 재산을 학교설립에 내놓아 교육 사업에 바쳤다. 이밖에도 근자에는 유한양행을 설립한 고 유일한 선생의 경우가 모범적인 기부 사례로 꼽힌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하지만 우리의 경우 심심찮게 들려오는 가진 자들이 탈세를 하다가 걸려들어 감옥에 가거나 하는 것을 보면 허탈감에 빠지곤 한다.
물질은 아무리 쌓아도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의 부자는 누구나 얼마든지 될 수가 있다. 거액 기부소식이 이따금 들려오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기부는 여전히 아직은 생소한 단어로 들린다. 우리의 기부는 종교단체에 내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한 여성 기업인이 상류층의 소모적인 생활습관을 비판한 쓴 소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은 “우리나라 상류층의 딸, 며느리들이 이른 시간 호텔 사우나 같은 곳에 모여 어디서 맛있는 걸 먹을지, 뭘 쇼핑할지 얘기하는 걸 듣자면 가슴을 치게 된다”고 현 세태를 개탄했다.
때맞추어 들려온 태평양 건너 미국사회 억만장자 부자들의 기부운동 소식이기에 더더욱 부러움과 함께 자괴감을 느낀다. 우리의 땅은 과연 기부문화의 싹을 틔울 수가 없는 토양인가. 그녀의 한 마디는 우리에게 말 그대로 정문일침(頂門一鍼)이었다.
2010년 08월 1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