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그곳에 가면…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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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7.22)
원현린 칼럼/
그곳에 가면…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물건에는 각기 주인이 있나니,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하지 말 일이다. 강상(江上)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귀가 있어 이를 얻어 소리가 되고, 눈이 이를 보아 빛깔을 이루나니, 이를 취함에 금함이 없고, 이를 써도 다함이 없도다. 이것은 조물주가 만든 천지자연의 무진장한 보배로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중국 북송시대 시인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 중 일부다. 이처럼 자연은 청풍(淸風)과 명월(明月)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냥 선물로 준다.
천지간 자연물은 가져가도 말릴 사람이 없다했다. 무주물(無主物)은 선점(先占)하는 자의 몫이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따다 목걸이를 만들어 사랑하는 이의 목에 걸어 줄 수 있는 밤이 한 여름 밤이다. 은하수 맑은 물을 떠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발을 씻겨 줄 수 있는 밤도 한 여름 밤이다. 이렇듯 여름은 사랑의 계절이기도 하다.
태양이 작열하는 성하(盛夏)의 계절, 피서 철이다. 세상사 잠시 잊고 일상에서 벗어나 봄도 좋을 듯하다.
산과 바다에 가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된다. 자연 속에 들면 소인묵객(騷人墨客) 아닌 사람이 없다.
인천은 바다와 물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해양도시다. 인천에는 바다위로 비행기가 끝없이 뜨고 내리는 국제공항이 있고, 뱃고동 쉴 새 없이 울어대는 항구가 있다. 인천앞바다 최북단에는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지어진 백령도가 있다. 그곳에 가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했다는 효(孝)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백령은 얼마 전 해군 천안함의 침몰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관광수입에 의존해 오던 섬 주민들의 생활이 막막하다는 딱한 소식도 들린다. 주민들은 이 시각 관광객이 방문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올 여름 휴가를 서해 백령도에서 보내는 것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돕는 일일게다.
백령도는 모래가 단단하여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사곶 천연비행장과 동글동글한 돌로 조성된 콩돌해안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는 두무진은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까지 극찬을 받고 있다. 백령에 가면 모든 풍광이 신의 작품 아닌 것이 없다.
곳곳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화도에 가면 시공(時空)을 초월한다. 국조(國祖) 단군이 쌓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마니산 참성단이 있다. 강화는 몽고침입 당시 고려의 임시 수도이기도 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시기인 조선 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조선군의 충정이 곳곳에 서려있는 곳이 강화다.
강화 특산물 또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부르고 있다. 강화에 가면 속노랑 고구마, 수라상에 오르던 순무김치, 자리를 펼치고 누우면 누구나 신선이 되는 시원한 화문석 돗자리 등등 이루 열거할 수 없으리만치 토산품이 많다.
이밖에도 서해에는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모습을 닮았다는 무의도가 있고, 이 섬 건너편에는 영화화되어 널리 알려진 실미도도 있다.
굳이 멀리 동해나 남해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인천 앞바다다. 올 여름 한번쯤은 일상에서 탈출, 그곳에 가보자.
2010년 07월 22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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