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인격(人格)으로 치장된 모습을 보고 싶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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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8.26)
인격(人格)으로 치장된 모습을 보고 싶다
<원현린 칼럼> 주필
또 다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점입가관이다. 터지고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측은지심마저 든다. 감추고 위장하며 그 장시간을 노심초사 지내왔을 것을 생각하니 가련하기까지 하다. 총리 내정자를 비롯한 장관 후보들은 명세기 고관대작 명함들이다.
여기저기 땅과 집들, 논문 중복게재, 위장전입, 탈세 등. 청문회를 통과하여야 할 인사들에게서 드러난 흠집들이다. 이를 문제없다하고 통과시키자는 것이 집권당의 입장이다. 그러기에 정승과 판서자리에 내정했을 게다. 야당은 반드시 집고 넘어가 낙마시킨다며 벼르고 있다.
후보자들은 드러나는 혐의마다 부인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과연 가려질까. 인정하는 부문도 있다. 이 대목에서는 ‘부덕(不德)의 소치다’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이게 어디 용서의 문제인가. 스스로 덕이 없음을 자인했으면 자리를 사양해야 하는 것이 옳다. 게다가 법을 어긴 자가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행정부에 몸담으려 하는가. 장관자리에 앉으려면 대장부의 자질이 있어야 한다. “무릇 대장부란 천하의 넓은 거처에 살고 천하의 바른 곳에 서고 천하의 큰 도를 행하며 뜻을 얻으면 백성과 더불어 그 뜻을 펴나가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라도 그 도를 실천하며 부귀하더라도 지나치게 그것을 누리지 않고 가난하고 천하더라도 자기의 뜻을 옮기지 않으며 위협과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장부라 한다.” 맹자의 대장부론이다.
인격(人格)으로 치장하고 싶다. 해외여행객 중 상당수가 금은보화와 고가의 명품 물건을 들여오다 세관 당국에 적발됐다. 하나같이 명품가방과 명품시계 등이다. 값비싼 양주도 있었다. 얼마 전 한 여성 기업인이 “고급 호텔에 앉아 점심때 노닥거리는 상류사회 여성들을 보면 한심하다”며 개탄한 적이 있다. 이들의 몸은 하나같이 명품으로 치장됐을 것으로 짐작되고도 남는다.
명품으로 몸을 치장한다고 명품인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번득이는 금붙이 치장에서는 인격을 찾기 힘들다. 인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을 발한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지니고 도덕 법칙에 따르는 곳에 인간의 본질적인 성격이 있다고 했으며, 이 성격을 인격이라고 불렀다. 인격은 그것만으로도 찬란히 빛나는 절대적 가치이다. 때문에 인격만이 존경을 받는다고 했다. 칸트는 또 사물은 이용가치만을 가지고 있으나 인격은 존엄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인격으로 치장된 국민들이 국격(國格) 있는 나라를 만든다. 인격자는 떳떳하다. 인격이 있는 사람은 위장전입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떳떳하다. 인격이 있는 사람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여기저기 땅 투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떳떳하다. 인격이 있는 사람은 논문을 중복게재 하지 않는다. 그래서 떳떳하다. 인격있는 사람은 병역을 기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떳떳하다. 인격있는 사람은 탈세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떳떳하다.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능력은 위장전입의 능력, 부동산 투기 능력, 탈세 능력, 병역기피 능력 등등을 의미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이민가고 싶은 나라 중 세계 50위에 올랐다. 중국 인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잠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제국들에게도 밀려났다.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 국가들과 체코 등 옛 동구권에도 밀렸다.
살고 싶은 나라 순위는 세계 경제규모와 비례하지 않았다. 이것은 위장술에 능한 나라는 결코 선량한 세계의 시민이 찾지 않음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운 조사 결과다. 겸허히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인격으로 치장된 모습에서 성스러움이 빛난다. 인격부재의 사회이니 국격이 높아질리 없다. 국격의 잣대는 경제력이 아니라 그 나라 시민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있음을 미욱하게도 우리만이 모르고 있었다.
2010년 08월 26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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