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의정비 인상에 외유(外遊)라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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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0. 7)
/원현린 칼럼
의정비 인상에 외유(外遊)라니
언젠가 지방의회 의정비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심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위원들이 전년도와 같은 수준에서 동결했다. 경기상황도 불경기이고 해서 큰 반대 없이 인상불가에 대부분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지방의원도 위원들에게 인상을 설득하려하거나 부탁하지는 않았다.
민선 5기 지자체가 출범한지 100일이 다 돼간다. 우리의 지방자치도 어언 20년이 되었다. 이 정도의 연륜이면 성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지고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여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는 원래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여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그 지역민의 의사에 따라 지역민의 손에 의해 행한다.’는 제도이다. 즉 ‘내 고장 살림은 내 손으로’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방의원들이 생활비와 활동비가 부족하니 연봉을 올려달라며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선진지 견학을 가야한다며 지방의회마다 뒤질세라 앞다퉈 해외출장을 기획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의회 선진국들에선 지방의원은 봉사하는 자리로 인식돼 있다. 마을 곳곳을 점퍼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지역 현안을 챙기는 모습이 보도된 적이 있다. 우리의 경우 당선만 되면 삼복더위 한 여름에도 검정 양복을 입고 긴 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청사로 출근하는 것을 의원의 활동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몸치장에 들어가는 의복비가 만만치 않을 게다.
여전히 경제가 어렵다. 고용불안으로 대졸 취업자가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고 거리에는 조기 퇴직자들로 실업자가 넘쳐난다.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올려야 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자원하여 동결하는 것이 지방의원들의 자세일 게다. 자처하여 동결을 결의하는 지방의회의 모습이 보고 싶다.
심사위원으로 심사를 하다 보니 타 지역 지자체의 의정비보다 받는 액수가 적을 경우 인상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의원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주소도 모르고 의정비 인상에다 외유를 시도한다고. 지방의원 노릇은 돈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발로 뛰는 자리가 지방의원이다.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아는 지 묻고 싶다. 현재 시민들 사이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국회에서 구의회 폐지 법안을 놓고 물의를 빚었던 사실을.
우리의 지방의회가 20년 연륜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철부지인 듯해 묻는 말이다.
해외출장도 그렇다. 지방의회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많이 보고 많이 배워야 한다. 시민들은 보고 배워 실력이 있다하여 뽑았다. 유세기간동안 능력 있는 후보라고 목청껏 외치는 모습을 보고, 이력을 보고 해서 선택했다.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니 외국에 가서 보고 배워 와서 시·구정에 반영하겠으니 해외에 나가 공부하겠다한다. 유학비용을 주민의 혈세에서 쓰겠다는 것이다. 무지하거나 능력이 없으면 당초에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필자도 해외에 누차에 걸쳐 다녀온 적이 있다. 폭력 없는 조용한 피켓시위, 난동 없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의회의 모습 등이 한없이 부러웠다. 이 밖에도 맨해튼의 하늘을 찌를 뜻한 마천루 숲, 독일의 울창한 삼림, 고풍 창연한 전통 건물들의 보전상태, 맑고 푸른 하늘, 깨끗한 도시의 거리, 웃음을 잃지 않는 시민들의 미소 띤 친절한 모습 등. 이 모든 것이 배울 점이고 관광자원들이다.
아무리 해외여행 자제를 당부해도 각종 이름 하에 떠나곤 했던 우리의 의원들이다. 구태여 간다면 가되 제대로 보고 배워 왔으면 한다.
2010년 10월 0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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