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말<言語>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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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 9.10)
조우성의 미추홀( 623 ) /
말<言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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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걸 알면서도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존재다. 의도했던, 아니던 간에 한 마디의 말에 목숨을 걸 때도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보성학교(普成學校)의 교수들은 그런 면에서 열렬한 '말의 전도사' 들이었다고 한다.
인천고 전신인 '인상(仁商)'에서 항일운동을 벌여 정학 당했던 작고 원로 송찬규(宋瓚圭) 선생도 보성학교에 들어가 감동 받은 것은 두루마기 차림의 교수들이 우리말로 독립을 역설했던 일이라고 술회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보성전문의 후신인 고려대학교를 광복 후에 흔히 '민족대학'이라 일컬어 왔던 것이지만, 그 영광된 건학 이념은 남이 말해 줄 때 비로소 영롱해 지는 것이지 제 스스로 나발을 불면 외레 빛이 퇴색하는 법이다.
말을 안 하는 게 나은 경우다. 그런데 최근 지성인의 수장 격인 현직 대학총장이란 분이 제 자랑삼아 빗대어 남의 대학교를 식민 침탈을 위해 총독부가 만든 관학이라든가, 특정 종교를 포교하는 곳이라 했다는 것이다.
역시 말을 아껴야 했다. 말을 함으로써 오히려 식견과 교양의 부족을 드러낸다면 그처럼 수지맞지 않는 장사도 없을 성싶다. 그렇다고 꾸어다놓은 보리자루 모양, 한 구석 자리를 지키며 만사 가타부타 묵묵부답함으로써 교묘하게 처세하는 이무기들을 따라 배우자는 것은 아니다. 중용의 도는 어디서든 빛난다.
/객원논설위원
2010년 09월 09일 (목) 20: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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