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는 그만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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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0.21)
원현린 칼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제는 그만
TV 시청 도중 화면 하단에 <속보>자막이 나오면 ‘또 사고가 터졌구나!’ 하는 마음이 순간 스친다. 잠시 후 여지없이 ‘00빌딩 화재’, ‘00고속도로 교통사고’, ‘00에서 비행기 추락’ 등 예감이 적중하곤 한다.
지난 일요일 낮 인천 송도 갯벌타워 21층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홍보관에서 불이 났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빌딩을 바라본 시민들은 다시 한 번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전기누전으로 발생했다는 화재 분석이다.
오래된 영화지만 재난영화의 대표작 ‘타워링’의 경우도 전기배선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내용의 화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송도에 있는 빌딩들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축 건물들이다. 전기누전은 대개 오래되어 낡은 시설물에서 나타난다. 신 건물에서 전기누전이라면 언어도단이다.
인천소방본부는 초고층 건물의 화재발생에 대비, 안전진단을 하고 매뉴얼을 작성한다고 한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의 초고층 빌딩 화재 사건을 계기로 고층 건물에 대한 방화대책에 착수한 것이다.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르다는 말이 있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30층 이상 고층건물은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포스코 더샵 퍼스트월드, 학익동 엑슬루 타워 등 45개 동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다. 사고 발생 후 매번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되뇌이지만 그 때뿐이다.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하고는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리다.
화마는 고·저층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특히 고층에서의 화재는 진화가 쉽지 않다. 진화도구도 고층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하겠다. 소방헬기의 경우 출동에 이상이 없도록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화재는 시간이 생명이다. 아무리 훌륭한 장비를 갖추었다 해도 출동시간이 늦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는 지난 번 해운대 화재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선진국에는 다 갖춰져 있는 것이 유독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한 예로 외국의 경우 고층빌딩은 화재에 대비, 일정한 층에 대피 층을 마련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대비하고 있는 나라들을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별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중무휴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공직자들이 선진지 산업시찰, 혹은 행정제도 연구 등의 이름하에 해외 연수니 견학이니 하며 떠난다. 그 숱한 외유에서 무얼 보고 배워 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국내에서 일어난 근래 대형 건물화재와 붕괴사고 일지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서울 대연각 호텔 화재(1971년 165명 사망), 서울 대왕코너 전소(1974년 88명 사망), 천안 독립기념관 화재(1986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1999년 23명 사망),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1999년 57명 사망), 대구 지하철 중앙역 방화(2003년 192명 사망), 이천 냉동창고 화재(2008년 40명 사망)등이다. 붕괴사고로는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1970년 33명 사망), 성수대교 붕괴,(1994년 32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501명 사망) 등이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불탔다.
대형 건물은 다중시민 집합장소다. 사고가 발생하면 희생이 크다. 위에 열거한 사고 모두가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에 이르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들이다. 멀쩡하던 건축물이 무너지고 쓰러지고 불에 타는 것은 후진국에서나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사고를 사후에 분석해보면 불가항력의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IMF는 올해 대한민국은 구매력지수 기준으로 선진국 수준인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이 수치는 그냥 제시 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새로운 마음가짐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2010년 10월 21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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