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인사(人事)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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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10.15)
인사(人事)
/637 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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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인사에 나이를 중요한 선택기준의 하나로 삼았던 것은 꽤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그가 초인이 아닌 이상 인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몸 안의 생체시계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 종심(從心)에 이른 이가 사춘기적 열애에 빠져 밤을 지새우거나, 지학(志學)의 세대가 인생길을 걷기도 전에 '마음에 하고 싶은 대로 좇아' 일을 할 수는 어려운 노릇이다.
일찍이 공자가 나이에 따른 성숙의 단계로 일러 지학(志學),이립(而立),불혹(不惑),지천명(知天命),이순(耳順),종심(從心)이라 한 것이 오늘에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런 인간 보편의 이유에서였으리라 싶다.
말인즉 15세에 처음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에 이르러 그 기초를 닦았다고 하나,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가 40에 이르러서야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건 공자의 말씀이다. 범인들은 50에 하늘의 명을 알기는커녕 눈이 어두워 온갖 위선을 떨고, 60에도 남의 말을 받아들기보다는 제 잘났다고 혼자 휘졌고 다니다가, 70에 들어 오락가락 세상을 원망하기 일쑤다.
북한판 혈연에 의해 차기 수령으로 등극한 김정은은 그런 면에서 '인민'뿐만 아니라, '개인'으로도 불행을 안고 가는 셈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자리에 오른 자들이 반짝권력을 누리다가 역사의 이슬로 사라졌던 건 '절대 권력'을 두 손에 쥐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불혹'하기 어렵고, '천명'을 절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객원논설위원
2010년 10월 1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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