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라디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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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10.27)
라디오
/642회 조우성의 미추홀
지난 여름, 영흥도엘 간 일이 있었다. 문협 워크숍에 모처럼 참가했던 것인데, 두어 시간 거리에 그런 해상절경을 두고도 한번 찾지 못한 채 허둥대며 사는 일상들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무슨 영웅적 인생 사업을 한다고!
워크숍이 끝난 저녁시간, 모차르트, 쇼팽, 부르흐 그리고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이 담겨져 있는 MP3를 들으며 산책하다가 FM으로 주파수를 돌리니 웬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여기는 평양방송국입니다."
남북이 공히 전파 방해로 서로 방송을 듣지 못하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평양방송이 지역의 iTV FM만큼이나 깨끗하게 수신되고 있는 사실이 놀라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라디오는 오늘날 인터넷, 트위터, 유튜브 등에 비해 고전적 '전서구(傳書鳩)'가 돼 버린 느낌이지만, 탈북 동포 상당수가 남한 소식을 그를 통해 알았다는 증언이고 보면, 아직 효용성을 지니고 있는 심리 매체인 것 같다.
그래선지 최근 군이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을 FM 방식에서 AM 방식으로 바꾸고, 북한 주민들의 청취를 돕기 위해 라디오를 북한 지역에 살포하는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방송전 재개를 선언한 형국이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라디오를 살포하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인터넷 등이 못 넘는 휴전선을 AM으로 뚫겠다니 VOA, BBC, NHK 등 전 세계 해외방송들이 단파(短波) 송신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다른 선택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방송전 양상이 마치 한반도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는 듯싶다.
/객원논설위원
2010년 10월 2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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