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이 와중(渦中)에(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0.12. 3)
이 와중(渦中)에
/658회 조우성의 미추홀
![]() |
||
눈을 의심했다. 귀도 의심했다. 아니, 저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연평도에 포탄을 떨어져 사람이 죽어나간 비상시국에 KBS TV는 시청료 인상을 합리화하는 인터뷰를 보란 듯이 뉴스시간에 내보내고 있었다.
NHK 후쿠치 시게오 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앵커가 하는 말이 "연평도 사건 같은 재난방송을 제대로 보도하자면 수신료 인상은 필수"라는 것이었다. 자사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 재난도 이용하겠다는 투였다.
그러면서 화면에 깐 자막이 '국민 감동 KBS'였다. 무슨 염치인가? 물가고에 시달리는 국민은 KBS가 올해 흑자임을 알고 있는데 또 시청료를 올려달라니 거액 연봉자들의 배부른 타령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친애하는 선량들도 KBS와 함께 국민을 실망시킨 부류다. 평소 견원지간 같이 으르렁대면서 사사건건 정쟁에 여념이 없던 그들이 세비 인상안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경황 없는 국민의 눈을 피해 통과시켰다.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처신이었다. 설령 인상 요인이 있다 해도 죽고, 다치고, 집 잃고, 공포 속에 인천으로 피난한 연평도 주민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은 회급히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어디서 많이 듣던 단어다. 그러나 수천 명의 거대 권력 집단 KBS나 각자가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국가 비상사태에도 각기 제 호주머니를 먼저 챙기겠다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안으로부터의 붕괴'라는 구절이 이 시점에서 떠오른다.
/객원논설위원
2010년 12월 03일 (금)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