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인천시중앙도서관 관장/ 종착역을 바라보면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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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1.23)
종착역을 바라보면서
/최종설 인천시중앙도서관 관장
유난히 덥고, 긴 장마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으면서 곧 떠나버릴 가을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내 인생 그리고 35년의 공직생활을 반추해본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는 사이 시나브로 공직의 종착역을 바라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쇼의 묘비명처럼 정말로 우물쭈물하다 보니 지금 이곳까지 와있는 나를 발견하고, 조금은 당황해 하는 나를 본다.
공직의 종착역을 바라보면서 ‘다음 역은 이 열차의 종착역인 000입니다’라는 지하철방송을 듣는 심정으로 내릴 준비를 한다.
짐도 챙겨보고, 자리주변도 둘러보고, 주변사람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꽃잎을 지려 밟고 가지는 않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사람들로부터 잘 가라는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인사는 받아야 되지 않겠나.
떠나는 내 뒷모습이 아름답지는 못하더라도 초라하고 불쌍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서 신중하고, 지혜롭게 살아야 하겠다.
군대 말대로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조차도 조심하라고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평생을 바쳐온 공직생활에 작은 흔적 하나 남기고자 지금의 내일에 최선을 다하자. 피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말이다.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하지 말아 내가 물들고 네가 물들면 온산이 활활 타지 않겠느냐고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마지막 내 정열을 태워야할 것 같다.
일반인들은 죽어서 묘 앞에서 진정한 평가를 받고 공직자는 공직을 떠났을 때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머문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안다고 하는데 떠난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앞만 보고 살아가기도 바쁘고, 힘든 삶이지만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아야 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광야를 질주하다가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내 영혼이 나를 쫓아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볼 때인 것 같다.
사람이 죽었을 때 부모, 자식이 아닌 사람이 나의 죽음을 슬퍼하거나, 자식들이 자기 부모님을 존경하고 부모님같이 살기를 원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공직의 종착역을 바라보면서 내 후배들이 진정으로 나를 존경하는 선배로 생각하고, 떠올려주는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것 같다.
사무용품으로 옛날에는 풀을 사용하였지만 요즘은 포스트잇을 사용한다.
참 편리한 것 같다. 하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할 때 포스트잇이 떨어져 당황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우리인생은 자신을 인도해줄 등불을 찾아 헤매는 여정과 같다고 한다. 자신이 등불이 되어 다른 사람들을 인도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손전등을 가진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위하여 자기 앞만 비추고 간다면 손전등을 가질 이유와 필요와 자격 없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비추면서 함께 가는 사람이 진정한 손전등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고 한다. 불이 켜진 방에서는 창밖의 흰 눈이 잘 보이지 않지만 방의 불을 끄면 창밖의 흰 눈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도 내안의 불을 끄고, 닦아 오는 종착역을 바라보면서 속도도 줄이고, 주변 환경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내가서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 어디에 정착을 해야 하는지, 내가 머무를 곳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짐을 챙겨보자.
종착역의 플랫홈을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마라톤 같은 인생에서 출발보다는 마무리를 잘할 줄 아는 사람, 그
런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2010년 11월 23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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