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국격(國格)의 잣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11.18)
원현린 칼럼/
국격(國格)의 잣대
부패척결 없이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0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178개국 가운데 39위라 한다. 이 지수는 정치인 공무원 등 공직사회의 부패 인식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수치로 미루어 우리의 경우 여전히 부패가 만연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청렴한 공직사회는 우리가 다다르지 못하는 이상향인가. 아직도 멀게만 보인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청렴도와 부패지수를 그 나라 국격(國格)의 잣대로 삼아야 하겠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 할 때 정의는 이루어진다 했다. 요즘 과거 어느 때보다 ‘정의(正義)’가 활발히 논의 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열독률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부패한 국회의원과 검사가 힘겨루기를 하는 내용의 방송드라마가 화제이기도 하다. 정의감으로 의기 충만한 젊은 검사가 자신의 뜻이 좌절되자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검사의 직무규정이 명목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통감하며 절규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 드라마를 보며 검찰에 몸담은 현직검사들은 다소 의미 있다는 식의 미소를 짓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방송프로를 아예 시청하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항간에서는 들린다.
때맞추어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여야 현직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청목회가 입법로비를 벌렸다하여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의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국회의원들은 수사에 응하니 마니하고 파워게임 중에 있다. 국회의원이 검찰 소환에 대한 응(應), 불응(不應)은 국회의원의 몫이 아니다. 검찰이 부르는 것은 곧 법이 부르는 것이다. 검찰도 응하지 아니하면 그뿐인 듯 한 태도를 취하니 그렇다.
우리의 국회상과 검찰상도 이제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한 때 입법(立法)부를 통법(通法)부라 부르고 검찰을 ‘정치의 시녀’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여전히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고 국회의원이 본분을 저버린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열면 ‘변화하는 검찰, 그 중심은 국민입니다’라고 자막을 띄우고 있다. 검찰총장의 인사말에도 “저희 검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엄격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당당하지만 섬기는 마음으로’, ‘단호하지만 열린 마음으로’라는 문구로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는 검찰이다. 과연 우리의 검찰은 엄격한가? 당당한가? 단호한가?
검찰이 검찰비리와 관련한 수사결과를 믿지 못해 ‘특임검사’를 임명하여 재수사하는 검찰사상 초유의 형국이 벌어졌다. 이른바 ‘그랜저 검사’에 대한 재수사가 그것이다. 국민은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국가청렴도를 높여야 한다. 공정사회는 공직사회가 바로 선 나라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G20서울 정상회의도 끝났다. 한층 높아진 우리의 위상에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국가청렴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이 모든 것도 도로무익(徒勞無益)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뇌물수수혐의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모습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신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부패 바로 그것이다. 나만이 독야청청하니 손해라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 물이 지극히 맑은 즉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지극히 깨끗한 즉 따르는 무리가 없다하여 탁한 물을 좋아하고 부정한 사람과 친해서는 안 된다. 물고기가 없어도 좋으니 공직사회의 물은 맑을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2010년 11월 18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