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류창현(67회) 전 광성고등학교 교장/ 인천10대 명문고 선정에 문제있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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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1.16)
인천10대 명문고 선정에 문제있다
/류창현 전 광성고등학교 교장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인천시장과 처음으로 직선제 교육감으로 출마한 나근형 교육감은 ‘당선이 되면 전국학력평가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온 시의 학력 수준을 향상시켜 인천 시민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10대 명문고교를 선정해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교육분야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12일까지 85개 일반계 고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종합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공립 8개교, 사립 2개교 등 총 10개교를 29일까지 명문고로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 교육청은 이들 명문고에 2014년까지 160억원을 들여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별로 영재반(3학급)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언어와 수학, 과학 심화반을 운영하며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또 공모제로 교장을 임명하고, 2012년과 2014년 학력평가를 실시해 성적이 우수한 학교는 기숙사도 건립해 줄 계획이다.
70년대 초 평준화 정책이 시작되기 전에는 소위 명문고라는 학교들이 각 시도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었다.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가 지정하거나 특별히 육성하지 않았는데도 오랜 역사적 전통과 대학 진학률이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어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는 학교들이 입소문을 통해 자연적으로 명문고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명문고로의 진학을 위해서 과외가 성행하게 되었고 그 부작용을 해결한다고 내놓은 교육개혁정책이 지금의 평준화 정책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명문고 입시 경쟁의 부작용과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 40여전부터 평준화를 국가 기본 교육정책으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천시는 인위적으로 명문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 공약을 지키려는 충정이라지만 85개 일반고중 10개(11.7%)의 학교만을 지정하고 그들 학교에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영재반, 심화반, 특별반 운영 등의 특혜를 주어가며 명문고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과거 명문고의 문제점과 40년간의 평준화 정책 본래의 취지를 간과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명문고 지정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0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75개(88.3%) 학교는 비명문고가 되는 것이고 그 학교 학생들은 비명문 학생이 되는 것이다. 인천의 고교 입시가 ‘선지망후추첨제’인데 선지망의 선택권이 있다지만 후추첨에 의해서 비명문고에 배정된 입학생들은 본의 아니게 비명문고 학생이라는 불명예의 이름표를 달고 재학중 3년은 물론 일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인천 학력에 문제점이 있다 하더라도 88.3%에 해당하는 75개 비명문고 학생들은 무시하고 10개의 명문고를 만들어 인천 전체의 학력향상을 꾀하겠다는 교육당국의 생각이 안타깝다.
명문고가 없어 학력이 저하 된 것이 아니라 학력이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인천시만의 문제점이 있을 것이고 당국은 끊임없이 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명문고 지정은 지금까지의 인천 고교입시제도에도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명문고 ‘지정학교’냐 ‘비지정교’냐에 따라 지원학생들의 양극화와 혼란이 야기 될 것이고 비명문고에 배정된 학생들은 타 지역으로의 이탈을 시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1년에 400여명의 우수한 인재들이 타 지역 고교나 특목고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아예 입학 대상 고교를 타지역에서 찾을지도 모른다.
동일 학교 내 영재반이나 특별반 편성도 다른 학생들에게 열등의식을 조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일체 금지되어 온 정책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심화반 운영이나 부진학생 특별교육도 타 학교와의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을뿐더러 일부 교원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분명 인천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 할 것이다. 명칭도 명문고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명문학교는 시에서 선정해 주지 않아도 학교의 오랜 경영능력과 실력향상 결과에 따라서 결정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2년 단위로 학교 경영결과를 평가하여 우수한 학교에 일정기간(2~3년)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거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2010년 11월 16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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