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러 전함 깃발(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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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11. 5)
러 전함 깃발
/646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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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구름'은 연전에 일본 NHK가 인기리에 방영한 대하드라마다. 시바 료타로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러일전쟁에 참전한 아키야마 형제와 같은 고향 출신의 문학가 등 세 주인공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한 집안에서 형은 해군에, 동생은 육군에 나가 막중한 역할을 맡아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군국주의적인 무용담인데다가, 그같은 인물들의 분투로 메이지시대가 도래했다는 전개에 일본인들이 열광했다니 착잡한 심경이다.
더불어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궁극적인 목적이 '조선에 대한 지배권 확보'였음에도 아직도 '아시아인이 유럽인을 이긴 최초의 전쟁'이라거나 '아시아를 지켜낸 전쟁'이라고 일본이 강변하는 데는 역겨움마저 든다.
러시아도 피장파장이다. 러일전쟁 개전 전날, 팔미도와 소월미도 해상에서 벌였던 '제물포해전'에서 수적 열세로 자폭을 선택했던 바랴그 호와 카레예츠 호의 패전병사들을 일본에 질세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으니 말이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에도 두 나라는 제국주의적 오만을 버리지 못한 채, '언덕 위의 구름' 같은 군국 신드롬이나 조장하고, 제물포해전 때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뺐겼던 바랴그 호의 깃발 확보에 집착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어쨌거나 우리로선 능욕 당했던 역사의 '뼈아픈 상징'을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채 일부 신문의 보도처럼 멋대로 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조건없이 반환하면 양국의 실질적 관계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세계 문화재 반환의 역사를 새로 쓰는 뜻깊은 일이 될 것(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라는 고매한 이상적 인식도 있을 수 있겠지만, 청일·러일전쟁의 주역들이었던 중일러가 작금 벌이고 있는 각축은 한세기 전과 다름없이 맹랑한 것이다.
/객원논설위원
2010년 11월 0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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