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백성은 양식을 하늘로 삼는다" <民以食爲天>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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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11. 4)
원현린 칼럼 /
"백성은 양식을 하늘로 삼는다" <民以食爲天>
우리는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로 황하의 중국 문명,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강의 인도 문명, 나일 강의 이집트 문명을 꼽는다. 원시시대의 수렵어로시절이나 농경사회, 공업사회를 막론하고 물이 없으면 인류는 살 수가 없었다. 물과 식량을 찾아 인류는 지상을 떠돌아 다녔다. 식량을 생산해 내는 비옥한 땅을 얻기 위해 민족 간 전쟁도 불사했다. 이것이 인류의 역사다.
치자(治者)는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 국민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이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 -국민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이라고 했다. 이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역생·육가열전-에 한(漢)나라의 역이기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 중에 실려 있다.
한(漢)의 3년 가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가 천하를 다투고 있을 때다. 항우의 공격으로 열세에 몰린 유방은 형양·성고에서 자주 고전을 겪었다. 이에 유방은 성고 동쪽의 땅을 버리고 공과 낙양에 방위선을 구축하여 초군을 막아낼 계책을 세우고 있었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하남성 서북쪽 오산에 설치한 창고)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신은 -하늘이 하늘인 것을 아는 자는 왕업(王業)을 성취할 수 있으나 하늘이 하늘인 것을 모르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양식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어 “저 오창에서는 천하의 곡식을 수송해온지가 오래이며 거기에는 막대한 양의 양곡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다시 급히 진격하여 형양을 탈환하고 오창의 식량을 확보하면 천하 사람들이 귀복할 것입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흑묘백묘(黑猫白猫)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이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그 많은 중국국민을 먹여 살리는데 성공한 그는 이 때문에 사후지만 중국인민들 간에 잊혀 지지 않는 인물이 돼 있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물을 잘 다스리는 자 제왕이 됐다. 치수 또한 국민을 먹여살리는 일이다. 범람하는 황하를 잘 다스린 요(堯)와 순(舜)이 그랬고 우(禹)임금이 그랬다고 전해진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말이 여기서 생겨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당 간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가을 폭우가 쏟아졌다. 그 많은 양의 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우리나라를 두고 물 부족 국가라 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려 벼를 재배할 수 있는 논을 천둥지기 또는 천수답이라 한다. 평소에 내린 물을 가두어두는 수리시설이 잘돼 있으면 아직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4대강 살리기 방법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우리도 치수를 잘 하는 인물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혀야 하겠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예산 국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의 경우 민생법안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이런 나라는 우리 국회 뿐일 게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민생문제를 제켜 놓는 나라 또한 우리나라뿐이다.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기간 내에 처리하는 예도 보기 드문 나라가 우리나라다. 기한을 넘기기가 일쑤다. 예산안 처리는 곧 민생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1996년 이후 헌법에 규정된 시한 내에 예산이 처리된 경우는 1997년과 2002년 두 번에 지나지 않았다 한다.
올 국회는 민생법안을 반드시 법정기일 내에 처리하여 지난주 본란에서 당부했듯이 더 이상은 우리 국회의원이 ‘국해의원(國害議員)’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2010년 11월 04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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